[@뉴스룸/이승건]여성 대통령 시대… 여성 프로 감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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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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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올림픽 구기 종목에서 한국에 처음으로 메달을 안겨 준 건 ‘여자’배구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동메달을 얻었다. 처음으로 은메달을 딴 구기 종목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의 ‘여자’농구다. 남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배구와 농구의 올림픽 메달은 이게 전부다. 그만큼 의미 있고 상징적인 종목이다. 실업 시절의 인기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두 종목은 프로화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여자배구는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36년 만에 4강을 달성하기도 했다.

배구와 농구를 하는 수많은 여학생들이 오늘도 땀을 흘리고 있다. 그중 일부는 소원대로 프로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한다. 그리고 현역 은퇴 후 프로 팀 지도자를 꿈꾼다. 하지만 이루기 힘든 꿈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지만 여성 프로 감독은 없다.

여자 프로배구는 2005년 출범했다. 현재 6개 팀이 있다. 여자 농구는 이보다 앞선 1998년에 프로화가 됐다. 배구와 똑같이 6개 팀이 있다. 선수들은 여성이지만 감독은 모두 남자다. 코치들도 대부분 그렇다.

여자 사령탑이 없지는 않았다. 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는 2010∼2011시즌을 앞두고 조혜정 씨를 영입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이었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당시 ‘나는 작은 새’로 불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농구에도 딱 한 명 있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12∼2013시즌 KDB생명을 맡은 이옥자 감독이다. 197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일본 샹송화장품 감독을 맡아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던 인물이다.

선수로 화려한 발자취를 남긴 스타였지만 두 감독 모두 프로 팀 지도자로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팀 성적은 꼴찌였고 구단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이 감독의 경우 정규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자 코치에게 지휘권을 넘겨줘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두 감독 모두 운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못했다. 누가 맡아도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성적이 나쁘면 책임은 감독이 지는 법. 문제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이 ‘감독’이 아니라 ‘여성’을 향했다는 것이다. 한 남자 감독은 “선수들이 태업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봐도 그런 부분이 보였다. 아마 남자 감독과 다른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싫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만약 일부 선수라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라는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막아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와 여자농구에서 각각 처음 시도했던 여성 사령탑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여성 지도자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여성 프로 감독의 길을 활짝 열어 줄 성공 모델을 여성 대통령 시대가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여자 배구#여자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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