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제주 부산에 면세점 더 내줘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요즘 서울 시내 면세점에 가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화장품 의류 등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려면 계산하는 데만 길게 줄을 서서 30분씩 기다린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주요 도시의 면세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허가를 미루고 있다.

면세점 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은 ‘보세 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지난해 12월 개정해 올해 1월 지방 9곳에 새로 면세점 특허를 내줬다. 그러나 정작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 부산 제주는 제외하고 지방의 중소기업에만 허가했다. 정부는 서울과 제주에 면세점을 한두 곳씩 더 내주려 했으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업계의 로비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10여 년 만에 지방이나마 추가로 면세점을 허가한 이유는 규제 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의한 관광인프라 확대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서울 부산 제주는 그대로 두고, 관광객이 가지 않는 지방에 면세점을 만들어서야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관세청이 허가한 9곳 가운데 전남 순천의 로케트전기와 경북 경주의 서희건설은 특허를 반납했다. 유통 사업 경험이 없어 면세점에 꼭 필요한 유명 브랜드 유치가 어렵고 기대보다 수익이 나지 않을 듯하자 포기한 것이다. 다른 7곳도 명품 브랜드 유치가 힘들어 개장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편의시설이 없더라도 면세점만 있으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면세점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힘들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114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한국 방문에서 가장 만족한 것 1위는 쇼핑, 2위는 음식이었다. 가장 선호하는 쇼핑 장소로는 면세점을 꼽았다. 그만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자연경관이나 문화체험보다는 쇼핑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면세점 사업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유통 사업 경험도 필요하다. 면세점 특허권을 딴 지방 중소기업들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힘들게 되자 기존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사서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 지방 중소기업 살리기가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을 많이 찾으면 국산 제품을 세계에 널리 알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서울 부산 제주의 면세점 추가 허가를 늦출 이유가 없다.
#면세점#외국인 관광객#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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