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 관장 부처 둘로 쪼개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이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방송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눠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지상파 방송과 함께 케이블방송 중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규제 업무만 지금처럼 방송통신위원회에 맡기고, 신설되는 미래부에는 나머지 케이블방송 전체와 위성방송, IPTV(인터넷방송) 등 유료방송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이 개정안대로 정부조직이 개편될 경우 방송 정책의 혼선은 물론이고 행정의 통합성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적 책임, 민주적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 모델을 본떠 만들었다. FCC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합의제 의결기구다. 방통위 위원 5명 가운데 대통령이 2명을 직접 임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 교섭단체의 추천을 받아 임명돼 여야의 균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부 장관이 케이블방송 업무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방송시장의 독과점이 더 심화할 공산이 크다. 현재는 특정 회사나 유료 채널이 일정한 시장점유율 이상을 넘지 못하게 규제해 중소 방송사업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을 진흥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시장점유율 규제를 풀면 유료방송 시장은 대형 방송사업자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의 케이블 복수채널사업자(MPP)인 CJ E&M은 채널CGV, OCN, tvN 등 18개 TV 채널을 통해 전체 채널사업자(PP) 매출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CJ가 시장의 3분의 1로 되어 있는 유료방송시장 매출액의 상한 규제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여야 합의제 기구인 현재의 방통위가 시청권 보호 차원에서 이를 막았지만 미래부로 넘어가면 산업 논리에 따라 상한 규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중소 방송사업자들은 우려한다.

CJ는 서울 양천방송 은평방송 같은 종합유선방송사(SO)를 19개 운영하면서 최대 가입자를 확보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J헬로비전도 보유하고 있다.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민의 정신과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방송사업자를 밀어주고, 중소 방송사를 고사(枯死)시킨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 정부는 정보 방송 통신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미래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케이블방송 업무를 미래부와 방통위로 쪼개는 것은 미디어 다양성 확보와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공익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새누리당#정부조직 개편#방송통신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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