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임윤택과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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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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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암인 거 맞습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픈 게 사실이라고 해명까지 해야 한다면 얼마나 더 힘들까. 11일 하늘나라로 간 ‘울랄라세션’의 리더 임윤택 씨(33)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2011년 케이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우승으로 스타가 된 그는 위암 4기인 것을 밝히면서 이슈메이커가 됐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아픈 것 맞느냐’ ‘아직 살아있냐’ ‘동정심을 유발해 인기를 얻으려는 속임수다’ 등 비난을 퍼붓자 지난해 6월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까지 공개했다. 비통한 일이지만 그는 죽음으로 악플러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힌 셈이 됐다.

▷고인은 생전에 암과 싸우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투병 중에도 콘서트와 음반 제작, 학교폭력 예방 강의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주치의였던 라선영 연세대 의대 교수는 “다른 암 투병 환자들에 비해 너무 잘 이겨내고 있다. 특유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음가짐 때문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항암치료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고통을 그룹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동료들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들은 “암 환자가 어떻게 웃고 뛰어다니느냐” “1년 뒤에는 기적적으로 완치됐다고 기자회견할 거다”라고 비방했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더한다.

▷임 씨는 악성 댓글도 웃고 넘어갈 정도로 의연했다. 아버지가 악플러들의 인터넷주소(IP)를 모아 고소를 준비하자 “청소년들이 많은데 미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말렸다. 오히려 자신의 트위터에 “악플 많이 써주시는 분들은 콘서트 티켓을 보내줄 테니 직접 공연 보러 오시라. 그래도 정 마음에 안 드시면 할 수 없지만 노력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방송에 출연해선 “그분들 입장에서는 오해할 수도 있다”고 ‘통 큰’ 이해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을 게 틀림없다.

▷인기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러의 공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수 유니와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탤런트 안재환, 톱스타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으로 악플도 무시할 수 없다. 타블로는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위조라는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오랜 투쟁 끝에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홀로 냉가슴을 앓을 뿐이다. 임 씨가 유명을 달리한 후에도 악의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임 씨의 임종을 지킨 뒤 “비록 짧았으나, 누구보다 진실했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위대한 생애를 살았다”고 애도하면서 “오늘 같은 날은 제발 악플 따위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악플러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고인의 사랑과 열정에서 배우기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임윤택#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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