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연혁]‘책임 노조-성공 복지’로 일군 북유럽의 지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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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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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정치학과 교수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정치학과 교수
세계가 다시 북유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유럽 국가를 포함한 다수 유럽연합 국가들이 재정 적자 및 국가 채무, 실업률 증가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정반대의 경제 사회 지표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버락 오바마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정책도 ‘스웨덴식 모방’이라면서 앞으로 북유럽 따라 하기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 것을 예견하고 있다. 이 잡지는 2006년 스웨덴 사민당이 정권을 잃자 북유럽 모델은 수명이 다했다고 했던 매체다.

세계가 북유럽 모델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남유럽 국가들과 아일랜드, 프랑스, 영국까지 경기침체를 겪고 실업률이 치솟는 동안 북유럽 4개국은 경기침체기에 쏟아져 나오는 일시적인 사회적 낙오자를 직업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빠르게 투입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데 대한 경이와 부러움이 담겨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서비스가 국내총수입의 30% 내외를 차지하면서도 어떻게 시장경제를 통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금부담률과 비대한 국가조직하에서 시장자유화와 경제민주화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노조조직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강한 노조가 있는데도 노동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지 다들 북유럽에서 답을 찾고 싶어 한다.

북유럽의 해법은 다음의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자리 창출과 유연한 노동시장은 성장과 사회갈등 해결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이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시간제 근무자들에게도 정규직과 똑같은 봉급 수준과 사회보장을 제공하면서 기업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청년, 주부 및 노인취업 희망자들에게는 시간제를 통해 일과 공부, 육아 및 가사, 노후 여가생활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간제 고용 활성화를 통해 40, 50대 직종 변경도 가능하게 한다. 네덜란드가 실업자가 늘어나자 1982년부터 시행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청년 및 일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도 유사한 예다. 이렇게 되면 전일제 정규직으로 경직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둘째, 노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다. 스웨덴에서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직장 내 근무효율성과 만족도가 높은 가장 큰 이유는 고용주들이 국가에 피고용자 임금의 31.42%를 지불하고 있는 사회기금 덕이다. 이 기금은 병가급여, 실업급여, 산재보험비, 의료보험비, 출산급여 등으로 사용되어 근로소득세와 함께 복지재원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런 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이 얼마나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민 행복에 필수적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노조의 책임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다. 북유럽 국가의 노조가 정규직만을 위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 공조하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동료들을 위해 연대임금제(노사가 중앙교섭을 통해 동일 업종 내 저임금 기업 임금 상승은 촉진하되 고임금 기업은 억제해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한 노조일수록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서 전체 노동자와 회사, 국가 이익을 볼 줄 아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셋째, 세금과 고용주세를 관리하는 국세청이 탈세자를 끝까지 찾아내 납세 의무를 다하게 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악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가려내 세금이 헛되이 쓰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 경제적 투명성은 공공기관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낳는다. 국민은 자신이 내는 세금이 높지만 어떤 형태로든 혜택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세금을 낸다.

결국 성공적인 복지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곳간에 돈을 모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에 만연된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 및 지방자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수라는 것을 북유럽은 보여주고 있다. 감사기구의 독립성 확보, 정치인, 경제인, 그리고 관료들의 부패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엄격한 법 적용과 시행 등 기초부터 다져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와 경제 기적을 동시에 성취한 나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나라지만, 지금까지 겪어 왔던 것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독일은 혹독한 냉전 상황 속에서도 미국 핵우산 보호 속에서 세계 3위의 경제규모로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독일보다 현저히 작은 우리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방비용 증가와 향후 통일비용까지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지까지 챙겨야 한다.

한국이 놓인 현실은 2주 후면 출범하는 새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노사와 여야가 함께 대타협으로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한다. 북유럽 모델이 우리에겐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부분이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정치학과 교수
#북유럽#오바마#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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