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동문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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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박근혜 동문(전자 70), 제18대 대통령 당선’

서강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는 문구다. 서강대의 전체 재학생은 8000여 명으로 서울대의 절반 수준이다. 이 작은 학교가 대통령을 배출한 세 번째 대학이 됐으니 동문들이 살짝 들뜰 만도 하다. 미리 밝히건대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서강대 출신이다.

서강대 졸업생들은 한편으론 명문 사학을 나왔다는 자부심과 ‘작은 대학’ 출신이라는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있다. 수업 끝나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1학년 때 독후감에 시달리는 엄격한 학사관리에 서강고등학생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졸업 후 직장 내에서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학연’도 옅은 편이다. 법대의 역사가 짧고, 의대나 예체능계가 없기 때문에 ‘대표 리더’도 적다. 현직 국회의원이 두 명뿐이라는 것만 봐도 알 만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 동문 대통령이 탄생했으니 어리둥절하면서도 괜히 으쓱하는 동문도 꽤 있다. 기자의 한 대학 선배는 “얼마 전 미국 현지 기업인에게 박 대통령 당선인이 다녔던 대학 출신이라고 했더니 태도가 달라지더라”라며 놀라워했다.

박 당선인은 평소 모교에 자주 애정을 나타냈다. 2010년 모교의 요청을 받고 신문 광고 모델이 돼 신입생 유치에 힘을 보탰다. 모교 후배들이 동아리 활동차 인터뷰를 요청해도 흔쾌히 응했다.

대선 기간 동문 대통령 지지 여부를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강대 동문회보인 서강옛집 9월호 1면에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 기사가 실렸다. 동문회에는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서강대 동문 1631명이 실명까지 밝히며 박 후보의 당선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서강대 총동문회는 “서강 동문 이름으로 정치적 견해 나타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대선은 끝났다.

필자는 5년 전 이맘때가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모교인 고려대 신년 교우회에 참석했다. 동문 2000여 명의 환호 속에 당선인에게 축하패를 전달하는 ‘그들만의 축제’였다. 하지만 첫 조각에 고려대 출신이 늘어나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기 내내 인사 실패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고려대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박 당선인은 7일 열리는 서강대 동문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서강대 출신 인수위원도 홍기택 중앙대 교수 단 한 명뿐이다. 서강대 동문회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강대 총동문회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창학 정신이 가르쳐 온 정의(正義), 신실(信實), 창의(創意)의 뜻을 동문 당선인이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담백한 마음으로 기원할 것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 묵묵히 성공한 동문 대통령 탄생을 기원하려 한다. 그게 선거 때 당선인을 뽑지 않은 동문을 포함한 서강대 전체의 화합을 위해서도,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대통합을 위해서도 좋을 일이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동문#모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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