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태학]운전 중 스마트폰이 위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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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최근 동아일보가 연중기획하고 있는 ‘시동 꺼! 반칙운전’은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운전 중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휴대전화 등록대수는 스마트폰 3200만 대를 포함해 5100만 대를 넘어 ‘1인당 1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교통사고로 이어져 인명 사상과 재산 손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수칙 위반확률 30배 급증

독일의 한 연구진은 운전과 동시에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 정상 운전자에 비해 운전대 조작 실수와 급브레이크 페달 조작, 신호위반 등 안전수칙을 위반할 확률이 30배나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타대의 데이브 스트레이어 교수 연구팀은 운전 중 휴대전화 통화는 동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주의력이 분산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놀라운 사실은 핸즈프리를 사용한 경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모의운전자의 두뇌 자기공명 촬영을 한 결과, 핸즈프리로 통화를 했던 사람들의 경우 공간처리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두정엽 부위의 활동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7%가량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교통정보와 통화 내용으로 들어오는 청각정보를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신호위반, 추돌, 과속,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운전 중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e메일 확인,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차가 시속 60km로 주행할 경우 문자 확인 소요시간이 2초라면 눈 감고 34m 달리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졸음운전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은 휴대전화 사용 및 스마트폰 조작 등 운전 중 기기 조작을 너무 쉽게 자행하고 있다.

최근 도로교통공단 사고자반 교육을 수강하러 온 운전자 박모 씨는 편도 2차로에서 시속 72km로 주행 중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의 메시지 도착 알림음을 듣고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 전후좌우의 안전을 확인했다. 이후 박 씨가 약 2초간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30m 전방에서 어르신이 폐지를 담은 수레를 밀며 무단횡단을 했다. 불행히도 박 씨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차는 40m를 질주했고(시속 72km는 초당 20m 진행), 결국 보행자는 차에 치여 사망했다.

운전자의 다중작업 가능성 확률을 분석한 미국 유타대 심리학자들은 200명의 운전자에게 운전과 동시에 핸즈프리로 통화를 하면서 단어 기억과 간단한 수학 문제를 푸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200명 가운데 4명(2.5%)만 ‘슈퍼태스커(supertasker·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였으며, 나머지 97.5%는 제동 지연, 안전거리 미확보 등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운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운전행위 양립할 수 없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휴대전화 보급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운전 중 전자기기 규제조항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또 기술 발달에 따른 단속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으려면 태블릿PC 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기기의 정의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

많은 운전자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운전 중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전자들이 자신을 슈퍼태스커로 과신하는 관대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된다. ‘운전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행동’은 양립할 수 없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문제는 법규의 규제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해 나갈 문제다.

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운전#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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