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중국 강타한 ‘시(習)의 회오리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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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 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중국인들은 시 총서기의 정책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치에 바야흐로 ‘시 총서기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시 총서기는 발언과 행동으로 변화와 혁신을 하겠다는 결심과 용기를 보여 주고 있다. 평소 신중하고 침착하게 보이던 그가 현재 중국 전역에 놀라운 기쁨을 안겨 준 것이다.

시 총서기는 마치 기관총을 쏘듯 새로운 개혁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취임 후 부패 척결의 기치를 들었고 신속하게 탐관오리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고위 간부 이동시 교통 관제 완화’ 등 8개 항의 조치를 마련했다.

이런 정책은 군대에까지 파급됐다. 지난달 중순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연회 시 음주 금지 등 10개 조치를 마련했다. 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공무원이 해외에 부동산과 은행 계좌를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시 총서기의 이런 조치들은 중국 정치체제의 경직되고 관료화된 폐단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을 펴는 속도와 강도는 외부의 예측을 훌쩍 넘는 새로운 통치자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다.

시 총서기가 주도하는 개혁의 목표는 명확하고 추진력도 강하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개혁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이다. 적어도 현재 추세로 볼 때 더 많은 새로운 정책, 더 큰 변화와 혁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복잡한 큰 그림이다. 한쪽에서는 굴기(굴起·떨쳐 일어섬)하고 국력은 하늘로 떠오르는 태양처럼 커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타락하고 있다. 관료주의와 관 주도의 체제에서 발생한 특권적 이익은 각양각색의 이익집단 속에 녹아 있다. 이데올로기는 고루하고 중국 통치 시스템 속의 효율과 공평 정의 등의 지표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국에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민중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현재 기득권 세력이 개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어떤 결단으로 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고 중국에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불러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시대의 최대 문제는 온갖 문제를 직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후 전 총서기는 권력의 합법성에 더욱 관심을 쏟았고 옛 체제 내부에서 옛 방법을 통해 중국 정치의 폐단을 해결하기를 희망했다. 후-원 시대에 중국 경제는 비교적 발전했지만 이런 보수 노선은 이미 실패로 드러났다.

10년 전 후진타오가 총서기에 취임한 지 1개월도 안 돼 처음 간 곳은 허베이(河北)의 시바이포(西柏坡)였다. 이곳에는 건국 이전 공산당 총지휘부가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최종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당은 겸허하고 신중하며 오만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은 태도를 반드시 유지하라. 또 반드시 계속 고생스럽지만 분투하는 근무태도를 유지하라”라고 지시했다. 후 전 총서기도 당일 시바이포에서 여러 차례 마오의 말을 인용해 “권력 돈 색(色)의 유혹을 견뎌 내라”라고 요구했다.

시 총서기는 시바이포, 징강(井岡) 산 등 공산당의 성지를 가지 않고 개혁 개방에서 가장 상징성이 있는 선전(深(수,천))을 첫 시찰지로 택했다. 시 총서기는 남순강화(南巡講話)로 대표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노선을 따를 것임을, 마오보다는 덩을 중시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명한 것이다.

시 총서기는 집정 이념과 정책 구조 속에 덩샤오핑주의를 수립할 것이다. 일체의 낡고 누추한 것을 갈아 치운 덩샤오핑주의야말로 중국 미래의 답이라는 것이다. 시진핑의 개혁은 이미 중국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시진핑#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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