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오바마의 ‘선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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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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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 테네시 주 채터누가 시에선 지난달 13일 있었던 한 음악 공연이 최근 화제다. 팝 음악가 티본 버넷과 척 미드의 합동 콘서트였는데, 이 공연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미드는 채터누가 공연장에서, 버넷은 3380km 떨어진 로스앤젤레스에서 따로 연주한 것이다. 두 뮤지션은 이 도시의 초고속 광섬유 통신망 덕분에 최신 화상전송 시스템을 통해 별 불편 없이 협연했다. 이 먼 거리에서 영상을 전송하는 데 눈 한 번 깜빡하는 시간의 4분의 1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 멋진 공연은 기술 발전이 생활에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 잘 보여준다. 더 중요한 건, 이 혁신이 채터누가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심한 결과물이란 점이다. 시의회는 정파를 초월해 세계 최고의 광통신망 건설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이 도시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거점으로 변모했다. 워싱턴 의회가 이런 넓은 안목을 배운다면, 미국은 신(新)성장 동력을 획득할 것이다. 특히 현재 첨예하게 대립한 예산안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대타협)’이라 부를 만한 성과를 얻게 된다.

최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초기의 대립에서 벗어나 협의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간 시끄럽게 변죽만 울리다 협상이 결렬된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명확하게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세금 이슈로 한정 짓지 않는 게 중요하다. 현 안건에는 ‘미국의 성장’ 자체가 달려 있다. 양보하면 한쪽이 손해 보는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대타협을 성사시키면 미국의 경제엔진을 풀가동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예산안 통과가 모두에게 이득이란 걸 확신시켜야 한다.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여정에 접어들었다. 누가 피해를 보거나 부자에게 벌 주자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풍요로워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적절한 세금 인상으로 재정 감축과 투자 확산을 이끌어내 기업을 고취시키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이다. 선거는 승패가 갈리지만 훌륭한 협상은 상생을 이끈다.

채터누가 얘기를 좀더 해보자. 론 리틀필드 시장에 따르면 15년 전 주민들은 스스로를 ‘러스트 벨트’(사양길에 접어든 미 북부 공업지대)의 복사판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정치와 빈부를 떠나 힘을 모아 “테네시 주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IT 인프라를 구축한 뒤 아마존의 유통센터본부 등 많은 기업이 몰려들었다. 채터누가의 인터넷 속도는 초당 50∼250메가비트(Mbps)로, 미 전체 평균 4.5Mbps보다 최소 10배 이상 빠르다.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 더 빨리 내려받는 혜택이 아니다. 7월 폭풍우로 이 도시의 8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그런데 광통신망에 바탕을 둔 최신 설비의 복구 능력으로 4만2000가구에 겨우 2초 만에 전기가 다시 공급됐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얻은 셈이다.

채터누가 시의회가 경기부양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 1억1100만 달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상해 보라. 워싱턴이 대타협을 하면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겠는가. 예산 일부인 200억 달러는 200개 이상 도시에 채터누가 수준의 통신망을 설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는 미국 전체 경제에 ‘뜨거운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엄청난 미래를 결정할 순간을 맞이했다. 의회는 이를 깨달아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오바마#채터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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