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울란바토르에서 열린 日北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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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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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재선되고,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지도부가 선출된 직후인 15, 16일 일본과 북한의 외무성 국장급 실무자 협의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렸다. 이 시점에 회담을 제안한 측은 북한이었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오바마 재선과 시 지도부의 발족뿐 아니라 1개월 뒤의 한국 대통령 선거도 크게 의식했을 것이다. 협의 개최 전날 일본 정치에도 큰 전기가 찾아왔다. 국회 여야 당수토론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이틀 뒤 중의원 해산을 분명히 밝혔다. 총선거 날짜는 다음 달 16일로 잡혔다.

일북협의의 주도권을 가진 측은 북한이다. 선거 전후나 민주당이든 자민당이든, 북한이 납치 문제를 협의하자고 하면 거절할 수 있는 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북한은 외무성 차원의 일북협의로 일본 차기 정권을 교묘히 본격적인 정치교섭에 끌어들이려 한다.

예상해 보면 다음 일북교섭은 한국 대선 후인 12월 말에 열리고, 북측은 납치 문제를 정식 의제로 올리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언제든 납치피해자와 행방불명자 재조사에 합의할 수 있다.

의외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4년 전 자민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시절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일북협의에서 북측은 ‘생존자 발견과 귀국을 위해 납치피해자에 관한 전면조사’ 실시에 동의했다. 그 직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뇌중풍으로 쓰러져 중지됐다.

자세한 내용이 공표되지 않았지만 그 징후는 이번 협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협의는 이틀간 약 11시간에 이르렀다. 일본 측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납치 문제에 대해 4년 전의 국장급 협의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과거청산’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일북 실무협의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골 반환과 묘소 참배, 일본인 처의 귀향 등 인도적 문제에 관한 것으로 시작됐다. 냉전 종식 이후 약 20년간 북측이 한결같이 일본에 요구한 것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충분한 사죄와 보상, 그리고 국교정상화였다. 그 방침은 지금도 변화가 없다.

따라서 이후 일북협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김정일이 서명한 일북평양선언을 토대로 진행될 것이다. 평양선언은 ‘일본과 북한 간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을 해결해 결실 있는 정치 경제 문화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쌍방의 기본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는 공통인식을 표명했다.

최대 현안이 납치 문제 해결인 만큼 국교정상화와 과거 청산이 쉽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북측은 주변국 대선과 지도부 교체에 맞춰 일련의 외교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실무협의는 그 첫걸음으로 파급효과는 두 나라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북측이 협의를 진전시켜 한국의 새 대통령과 남북대화에 착수하면 일북 국교정상화 교섭은 남북경제협력과 연계될 것이다. 양자가 함께 진전되면 오바마 정권의 신중한 태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흥미로운 것은 일북 협의 진전이 일본의 새 정권에 미칠 영향이다. 예상외로 큰 외교적 가능성을 확인한 새 정권은 일북 협의가 교착상태의 일한, 일중 관계를 타개하고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북한도 그런 다이내믹한 일본 외교의 전개를 분명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일북 실무협의#북한#고이즈미 준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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