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중동평화, 무르시 대통령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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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미니 전쟁은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질서에 관한 첫 시험대였다. 이스라엘과 미사일 대결에 나선 하마스는 아랍 국가, 특히 이집트에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카이로도 시험했다. 하마스는 민주혁명을 이룬 이집트가 하마스의 급진적 친(親)이란 어젠다를 지원하기 위해 평화협정, 미국의 원조, 자국의 경제발전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지 물은 것이다.

카이로는 ‘노(No)’라고 대답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하마스를 대신해 이스라엘과 관계 단절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 대신 영향력을 발휘해 휴전을 중재했다. 무르시는 현재로서는 이란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보다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선호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무르시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아랍권 이슬람의 선봉대인 무슬림형제단을 대표한다. 또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기 때문에 독재가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무르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협정에 매달리면 과거 이집트 독재자의 시대와 달리 이스라엘에 더욱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은 1979년 이스라엘에 평화와 함께 이집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선물했다. 무르시는 평화와 함께 이집트 국민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선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슬람 세계와 잘 지낼 수 있는 길이다.

모든 것이 무르시에게 달려 있다. 그가 호스니 무바라크와 같은 독재자로 변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지난주 무르시가 대통령 권한을 강화해 이집트 민중의 반발을 사면서 이런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집트와 하마스, 이스라엘 간의 분쟁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이집트의 민주주의를 팔아넘기지 않아야 한다. 무바라크 시절에 그랬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무르시의 이스라엘 문제 개입은 아랍 평화구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완전히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해 평화를 얻는 대가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해외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걸 기대하느냐고? 아마 복권 당첨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오랫동안 정치·종교적 다원주의 및 페미니즘 못지않게 유대인 국가를 증오했다. 나는 오히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해 이집트로 하여금 문제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게 만들기를 기대한다. 하마스는 자신들의 조직을 동원해 2개의 국가 설립 해법을 무산시키려는 이란(과거엔 시리아)에 팔레스타인인의 이해관계를 종속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이 2005년 가자지구를 떠날 때 하마스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컴퓨터 대신 로켓을 선택하고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흐무드 압바스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하여금 이스라엘과의 협력 또는 반대, 어떤 전략이 독립과 경제적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 비교하게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이집트 민주주의의 미래, 미국 이스라엘 및 이란 시리아와의 갈등은 한꺼번에 복잡하게 얽힌 문제다. 현명하고 용기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중동평화#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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