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수진]정치인의 비리엔 관대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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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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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정치부 차장
조수진 정치부 차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 인선을 간신히 마무리했다. 논란을 부른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박 후보가 직접 위원장을 맡고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에게는 수석부위원장을 맡겼다.

원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호남 출신의 한 전 대표를 내세워 지역과 정파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의지를 부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반발에 부닥쳤다. 안 위원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한 전 대표를 위원장에 임명할 경우 위원들과 함께 동반 사퇴하겠다고 시위했다. “비리 연루자를 영입하면서 쇄신한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란 이유였다. 그는 9년 전 검찰이 나라종금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한 전 대표를 구속기소할 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었다.

봉합은 됐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안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어떻게 법과 정치를 동일시할 수 있나. 정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통합’이라는 정치적 대의를 위해 ‘모셔 온’ 사람에게 어떻게 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 후보의 3대 가치라는 ‘정치 쇄신’, ‘국민통합’, ‘국민행복’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전력이 있으므로 한 전 대표만 문제 삼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도 적잖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992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시절 안영모 동화은행장에게서 2억1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10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사면·복권됐다.

김 위원장의 경우 안 위원장이 캠프에 합류하기 전 임명됐지만, 박 후보 선대위엔 ‘법적 하자’가 있는 사람이 여럿이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1996년 사업자 선정 청탁조로 20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2000만 원이 확정됐다가 사면·복권됐다. 박 후보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인 황우여 대표는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에게서 1000만 원짜리 수표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었다. 두 번째 파기 환송심에서 가까스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의원이 직접 정치자금을 받았더라도 30일 이내 돈과 기부자 인적사항을 후원회 회계책임자에게 전달하면 후원회를 통해 기부받은 것으로 본다”는 정치자금법 조항을 만들어 구제를 받은 케이스다.

“정치인에게 정치자금법 위반은 택시운전사의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다름없다”는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의 촌평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정치권에선 정치인의 비위 전력에 관대하다. “법과 정치는 다르다”는 논리다. 비리 전과에도 무난히 공천을 받아 당선된 의원이 적지 않은 민주통합당에서도 안 위원장에 대해 “임명권자에게 각을 세워 입지를 굳히는 ‘제2의 이회창’”(한 3선 의원)이라는 등의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는 건 그런 이유다.

그러나 일반 공무원이나 보통 사람은 사면·복권이란 특혜를 받기도 어렵고, 법 조항을 고쳐 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 ‘정치’에 국민이 식상해 하는 것은 정치권과 보통 사람 간의 괴리 때문은 아닐까.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무소속 대통령’론이라든가 실체가 모호한 ‘정치개혁’ 구호를 외쳐도 국민이 솔깃해 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
#정치인 비리#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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