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우스 푸어 대책, 주택금융 체질 개선 함께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4일 03시 00분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을 통해 주택대출 원리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게 해주는 프리 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제도를 내놨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어제 집 없는 사람이 목돈 없이도 전세를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렌트 푸어(저소득층 세입자)’ 대책과 함께 주택 지분 일부를 공적 금융기관에 매각해 주택 대출금을 상환하는 하우스 푸어 대책을 대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인 하우스 푸어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공공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벌써부터 “집 가진 사람들의 투자 실패를 사회에 전가한다” “집 없는 서민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발이 나온다. 하우스 푸어 가운데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 가구는 4.6%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집값 상승을 내다보고 소득에 비해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한 중산층 이상 가구다. 서울 강남 지역과 같이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지역에서는 실거주자와 소유자가 많이 달라 투기 목적의 부동산 구입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부동산값이 상승했다면 이들이 벌어들인 소득을 사회에 환원했을지 물어야 할 판이다.

단기 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을 키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리하게 대출을 늘려 수익을 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다가 부실이 터지면 공적자금으로 때우는 악순환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공공자금 지원을 입에 올리기 전에 은행과 개인이 시장의 틀 안에서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분담한다는 전제 아래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우스 푸어 문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하우스 푸어의 규모와 분담 능력, 차입 실태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정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경기가 출렁거릴 때마다 대출자의 부담을 키우는 변동금리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서둘러 바꿔야 한다.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부동산시장 변화에 맞게 저소득층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금융 시장의 체질 개선과 집 없는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하우스 푸어 문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
#하우스 푸어#주택금융#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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