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법원의 잇단 ‘불공정’ 특허 판결 비웃음거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소송에서 이긴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S3 등 신제품 4종에 대해 추가 소송을 냈다. 이 판결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무리한 안방 판결’이라는 소리가 높지만 애플은 ‘나 몰라라’ 하며 전방위적 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듀폰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에 대해 생산 및 판매 금지 결정을 내렸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지역주민 배심원들이 향토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두 소송은 닮았고 세계의 비웃음을 살 만하다. 특히 버지니아 법원은 관할 지역을 벗어나 전 세계를 상대로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리는 비상식적 월권을 했다.

각국에서 진행되는 삼성-애플 소송에서 지금까지 5건의 판결이 나왔다. 그중 애플이 이겼다고 할 만한 것은 미국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삼성이 승소한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 판결이 나온 직후 일본 법원은 애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7월 영국 법원도 같은 결론이었다. 네덜란드 법원은 6월 오히려 애플이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으로 인정한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디자인’은 일본의 소니가 먼저 사용한 바 있어 미국 이외의 어떤 법원도 애플 특허로 보지 않았다.

삼성과 코오롱의 사례는 특허재판 제도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특허제도에 국제 표준이 없고, 국가 사이의 분쟁을 해결할 객관적인 절차가 없어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각국 법원은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안방 판결’의 유혹을 받게 된다. 특허제도가 보호무역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진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특허제도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제품 가격은 비싸져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

유엔 산하에는 180개국이 가입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있다. 지식재산권제도의 국제적 발전과 조화를 위한 기구다.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특허제도의 조화는 중요한 의제다. 이번 특허소송들은 지식재산권제도의 국제적 공통 기준과 중립적인 분쟁해결 시스템 설치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역동적인 교역 국가일 뿐 아니라 보호해야 할 지식재산이 많은 한국도 이 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애플#삼성#미국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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