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흥신]파리 국제대학촌에 한국관 건립 서두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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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2010년 11월 서울 G20정상회의 때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과 2011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때 사르코지 대통령과 했던 정상회담은 양국 외교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은 양국의 오랜 현안이자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외규장각 도서 이관에 합의했다. 이듬해 파리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우호 협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파리 국제대학촌에 땅을 무상으로 제공해 줄 테니 한국관을 지으라고 제안했다.

이는 한-프랑스 양국 관계 발전에 매우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파리 국제대학촌은 1차 세계대전 직후 젊은이들 간의 교류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적 미래지향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프랑스 교육장관 앙드레 오노라의 주도로 1920년 조성됐다. 1960년대 말까지 27개의 개별 국가관을 포함하여 총 40개관이 건립되었으며 현재 132개국 55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 인도 캄보디아만이 국가관을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 젊은이 및 대학 간 국제 교류 증진 및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1969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촌 내 국가관을 추가로 세우기로 결정하고 우선 3개의 용지를 확보하여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협력 국가들에 국가관 건립을 제의해 왔다.

특히 새로운 국가관 참여 국가로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과 함께 한국을 지목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외규장각 도서 이관으로 우호 협력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프랑스가 탁월한 교육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21세기 문화와 교육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선정하고자 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파리 국제대학촌에 한국관이 건립되면 우리 젊은이들에게 세계의 미래 지도자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한류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제2의 문화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관이 문화·교육 분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사업 추진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한-프랑스 양국 기업과 민간 차원에서 기금 마련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형식으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위해 한-프랑스 경제 관계에서 중요한 12개 우리 기업 회장들에게 재정 기여 협조를 희망하는 서한을 보내고 프랑스 주요 기업 CEO들도 직접 만나 협의해 오고 있다.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EADS사 갈루아 전 회장은 프랑스 전경련 주최 신년회에서 한국관 건립을 위한 재정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여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재프랑스 원로 화가들의 전시회, 재프랑스 한인여성회의 김치 행사, 프랑스 현지 교민신문 ‘한(韓) 위클리’ 행사 등 정성스러운 모금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건립추진위원회를 공익법인(Association) 형태로 바꿔 기업들의 한국관 건립 재정 지원 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관 건립을 위해 기업과 민간 차원의 기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건립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이와 함께 설계비용 등 초기 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을 반영하는 게 필수적이다.

21세기 한-프랑스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이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인 2016년의 상호교류의 해 행사에 맞추어 완성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 부처와 뜻있는 양국 기업 및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기고#박흥신#파리 국제대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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