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거스 히딩크]평창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맡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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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전 한국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
거스 히딩크 전 한국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
7월 초 월드컵축구 4강 달성 10주년 기념잔치를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나는 아주 귀한 선물을 안고 러시아로 돌아왔다.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조직위원회(위원장 나경원)가 내년 1월 29일부터 8일간 강원 평창 등지에서 개최하는 전 세계 지적장애인 올림픽인 동계스페셜올림픽의 홍보대사가 된 것이다. 언젠가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홍보대사를 위촉받는 자리에서 만난 기자들은 축구감독인 내가 왜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는지 궁금해했다. 조직위가 그저 2002년 월드컵에서의 성과를 내세워 맡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그분들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2000년 11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을 때 내 파트너인 엘리자베스와 두 가지를 약속했다.

하나는 한국 축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장애로 인해 뛸 수 없는 장애인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서도록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앞의 약속이 한국 축구와 한국민에 대한 나의 의무였다면 두 번째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기쁨’이라는 차원에서 한 약속이었다. 나는 고국 네덜란드에서도 장애인올림픽위원회의 홍보대사를 맡아 장애인 돕기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과 함께한 1년 6개월여 동안 바쁜 훈련 스케줄 속에서도 틈틈이 장애인 시설들을 방문했고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뒤에는 네덜란드로 돌아가자마자 내 이름으로 된 복지재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한국의 11개 도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축구장을 만드는 ‘드림필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 역시 많은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상반기까지 9개 시도에서 완성돼 한국에서도 이제는 많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하고 싶은 축구를 즐기고 있다. 남은 두 곳의 장애인 축구장도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나는 한국민들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내가 이루고자 했던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룬 셈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항상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과 함께하면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홍보대사 위촉식이 있던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은 내년의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이 국민의 무관심으로 기대했던 만큼 성공을 거두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나는 이러한 전망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내가 본 한국민들은 무슨 일이든 일단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최고로 해내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목표가 분명치 않거나 실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아예 무시하는 문제점도 있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에 한국 정부와 언론, 사회단체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장애인을 돕는 일을 단지 사회적 책무라고만 여길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일이요, 내 가족의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또 다른 어떤 일보다도 더 큰 기쁨과 만족을 준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13스페셜올림픽은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축구에 이어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는 또 하나의 성공적인 국제대회가 될 것이며 대한민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월드컵축구 대표팀 감독
#문화 칼럼#거스 히딩크#평창 스페셜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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