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과거 대 미래’ 대선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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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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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논설위원
정연욱 논설위원
며칠 전 한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서점에 들렀을 때 박정희와 노무현을 각각 다룬 소설이 나란히 진열돼 있는 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frame) 전쟁을 시사한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이 프레임을 무기로 투쟁한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보면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은 선명해진다. 양당 내부 경선에서 현재 선두주자가 ‘박정희의 딸’ 박근혜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지도 체제로 재편되고, 민주당은 친노(親盧) 좌장인 이해찬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박정희 대 노무현’ 색깔이 더 짙어지는 양상이다. 서로를 향한 공격 포인트도 여기에 맞춰지고 있다. 상대를 과거의 부정적 덫에 옭아매려는 정치 공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서울) 강남의 여성들 모임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하는 것으로 봐서는 너무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5·16을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박근혜의 발언 등이 도화선이 됐다. 박정희의 그늘에 묶어둘수록 박근혜의 외연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4·11총선 낙동강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문재인과의 1차 승부는 끝났다고 본다. 앞으로 노무현 정권의 국정 실패가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면 문재인 변수의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문재인이 친노의 프레임에 갇히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그늘을 걷어내지 않는 한 표의 확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박근혜와 문재인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복지와 함께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박정희 식 개발경제와 차별화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 박정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룩한 성취만 평가받고 싶지만 정적들은 박정희의 부(負)의 유산을 파고든다. 문재인도 여러 차례 “노무현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대선출마 선언에서 보수 진영이 강조하는 성장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변화 의지가 아직도 국민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와 여론조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안철수가 19일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의 부제는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다. 그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구체제를 극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가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그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미래와 변화’는 안철수 리더십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박근혜와 문재인을 싸잡아 과거지향적 구세력으로 몰아붙일 태세다. 국민은 낡은 것보다 새로운 것에 더 관심을 보인다. 결국 1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프레임 전쟁은 ‘과거 대 미래’ 구도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다.

박정희와 노무현 프레임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프레임에 갇혀버리면 두 사람이 그 어떤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내놓아도 대중의 ‘미래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낡은 프레임 전쟁이 계속될수록 무대 뒤에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안철수만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아직도 제대로 된 미래비전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가 미래가치란 구호만으로 프레임 전쟁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오늘과 내일#정연욱#대선#박근헤#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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