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규용]일본의 한국농업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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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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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19세기 이후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동북아지역의 강자는 일본이었다. 우리는 조선 후기 흥선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쳐 근대화와 부국강병이 늦어진 반면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단행하고 개방정책을 펼쳐 산업혁명과 경제성장을 이뤘다. 19세기 역사의 교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방의 역사는 자유무역 시대인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경제학자 볼드윈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소외되는 국가가 받게 되는 불이익 때문에 FTA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국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FTA를 통해 앞다퉈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변할 수 있고 변해 왔다.

19세기 적극적인 개방으로 동북아 강자로 군림했던 일본이 21세기 우리 농업의 FTA 대책을 배우고 있다. 얼마 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FTA에서 배워야 할 농업을 강하게 하는 길’이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를 앞두고 한국 농업에서 농업 구조개혁 정책, 농어업 경쟁력 및 체질 강화 정책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맥락에서 4월 일본 나가노(長野) 현 의원을 비롯한 대표단 6명이 농림수산식품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과 FTA를 먼저 체결한 우리나라의 FTA 추진 과정과 농어업 분야 대책 등 우리 농업정책들을 소상히 알아보고 돌아갔다. 일본 대표단은 TPP 협상 타결 시 일본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를 고심하고 있었다.

한편 정부는 2017년까지 농어업 분야에 총 24조1000억 원(세제 지원 포함 54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는 ‘한미 FTA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한미 FTA로 인한 농어업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어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재정 및 세제 지원, 제도 개선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피해보전직접지불제 발동요건을 대폭 완화해 FTA에 따른 피해 보전기능을 강화하고, 밭농업 및 수산 직불제를 신규로 도입하는 등 농어업인의 소득기반을 확충한다. 아울러 농어업인의 경영 및 소득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비과세 부업소득 범위 확대, 수입사료 무관세 확대 등 세제 지원, 면세유 공급기간 연장, 공급 대상 추가 등을 통해 생산비 절감을 지원하고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50여 일이 지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미 FTA가 농어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시장 개방은 우리 농어업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한미 FTA를 우리 농어업의 수출 산업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해 수출목표인 100억 달러 달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축산과 원예시설 등을 현대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김치 인삼 파프리카 넙치 굴 등 전략품목을 적극 육성하고,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독일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어떤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발표한 바 있다. 특정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시 한 세기가 지난 후 후대의 평가는 지금 우리가 노력하기에 달렸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일본#자유무역#농업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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