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본용]“청소년들이여, 힘들 땐 ‘1388’을 힘차게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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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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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강남대 교육대학원 교수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강남대 교육대학원 교수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북 영주의 중학교 2학년생이 급우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하고, 이어 안동에서도 여중생이 학업 스트레스로 고통스럽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초부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종합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대책이라도 적극적인 실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 학교폭력이나 학업 부담으로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청소년들에 대한 가정 및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세밀하고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주 중학생은 발달 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으나 전문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가정에서도 정신과적 진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자살 위험이 있는 자녀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10대 청소년 사망 원인의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기 생각에만 몰입해 ‘인지적 조망’이 좁은 특성을 보인다. 또한 과도한 경쟁을 요구하는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이 필요 이상의 좌절과 우울, 무기력을 경험하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충동적 해결 또는 힘든 상황을 끝내는 방안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이 보이는 학교폭력이나 자살과 같은 파괴적 행동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사회나 교육제도, 학교, 가정이 지닌 문제를 청소년들이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문제를 가정이나 학교,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하면 근원적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기성세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도전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그런 과제를 능히 이겨낼 수 있도록 의연성(毅然性)을 길러주어야 한다. 우리 가정의 전통적인 부모 역할은 엄부자모(嚴父慈母), 즉 ‘엄격함’과 ‘자애로움’이다. 아이들은 엄격함에서 자기 조절능력을 키우고 자애로움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기른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이것을 잃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엄격함’과 ‘자애로움’이 가정과 학교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서 규범적 가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계의 지혜를 서둘러 모아야 한다.

청소년들도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오죽하면 그랬을까’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어려움을 해결할 용기도 있을 것이다. 죽을힘을 다해서라도 어려움을 해결하자.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기다리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자. 이것이 진정한 젊음의 용기요, 의연함이요, 세상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청소년들이여, 힘들 때 청소년전화 ‘1388’을 힘차게 눌러보자.

구본용 한국청소년상담원장 강남대 교육대학원 교수
#학교폭력#청소년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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