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재윤]서울 특급호텔 가격담합 의혹… 이슈화 대신 상생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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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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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서울시내 특급관광호텔들이 ‘가격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어느 업종이든 담합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심각한 문제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관광호텔의 경우 국제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되므로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호텔영업 특성과 객실의 가격구조를 이해하면 호텔 객실요금 등은 담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객실상품의 구조는 같은 평수라도 저층과 고층에 위치한 객실, 전망이 있는 객실과 없는 객실, 층의 코너와 중간에 위치한 객실, 베드 수 등에 따라 객실요금이 다르다. 둘째, 객실은 그날 판매가 되지 않으면 재고상품으로 남지 못하고 소멸하는 특수성으로 비수기 혹은 객실점유율이 낮으면 할인 판매가 이뤄지므로 공시 객실요금을 통제할 수 없다. 셋째, 특급관광호텔별로 개별 고객과 그룹 고객 간에도 객실요금이 서로 다르다. 특히 여행사별로도 차이가 있고 또 컨벤션을 유치하면 협상을 통해 객실요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표준화된 요금을 적용할 수 없다. 넷째, 호텔별 패키지(여름, 겨울, 허니문, 명절 등) 상품 구성도 다양하다.

다시 말하면 일반 제품처럼 표준화가 가능하고 재고상품이 되면 담합이 가능하겠지만 특급관광호텔의 경우 객실 상품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객실의 크기, 시설과 구조, 제공 서비스가 차별화돼 있다. 객실요금은 객실의 크기, 시설, 서비스, 부대시설의 수준에 따라 다르고 체인호텔별로 고객층이 달라 고객 타깃별로 경쟁력을 갖추기에 관광호텔들이 담합해 일률적으로 객실요금을 표준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내 관광호텔은 공시객실요금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다양한 객실요금제도로 변형 운영되고 있다. 특히 여행사나 컨벤션을 유치하는 경우 1, 2년 전에 계약을 하기 때문에 경쟁 호텔끼리 모여 담합을 주도할 수 있는 상품구조가 아니다. 같은 날, 같은 종류의 객실에 투숙하는 고객들이 지불하는 객실요금도 예약 시점과 방법에 따라 고객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서울시내 특급관광호텔은 외국인 투숙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투숙한 호텔이다. 이런 특급관광호텔들이 객실요금 등을 담합했다면 다름 아닌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를 대표한 정상급 지도자들이 담합의 피해를 봤다는 얘기가 된다. 1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지금, 해외 호텔과 경쟁하여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시점에 객실요금 담합은 악재가 될 수 있다. 관광대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호텔 경영자와 공정위는 국제적으로 국가 망신을 당할 수 있는 담합의 악재를 이슈화하기보다 상호 신뢰와 상생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기고#고재윤#특급호텔#호텔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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