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성근 대표대행의 현실 인식 어이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9일 03시 00분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은 그제 4·11총선 결과에 대해 “탄핵 정국 이후 민주진영이 가장 약진한 것으로 이 상태로 가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이긴다. 절대 기죽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오만했다고 하는 것은 수구(守舊)언론이 갖다 씌운 용어로 그것을 우리 진영에서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신이 부산에서 낙선한 이유에 대해서는 “부산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안 듣는 언론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대행에 취임하자마자 KBS MBC YTN 연합뉴스 노조의 파업 현장에 찾아가 쏟아낸 발언들이다.

민주당에 호의적인 좌파 매체들도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패배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국민의 눈에 오만하게 비친 데 대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자성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문 대표대행은 민주당이 진 것이 아니고, 민주당에 오만의 모자를 씌운 것은 ‘수구언론’이라고 강변한다. ‘잘되면 내 덕,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했던가. 자신들이 불리해질 때마다 수구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민주당과 좌파들의 오랜 악습이다. ‘수구’라는 용어도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독선에 빠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의 심판에 승복하지 않는 문 대표대행 같은 사람이 더 수구에 가깝다.

자신의 낙선을 부산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듣지 않은 탓으로 돌린 것도 문 대표대행의 어이없는 현실 인식과 오만을 보여준다. 부산 젊은이들, 나아가 부산 유권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인가. 저질 외설 막말을 달고 다니는 ‘나꼼수’의 폐해는 이번 총선에서 김용민 후보가 낙선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됐다. 선거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나라에서 그가 총선 전부터 ‘백만 민란(民亂)’ 운운해온 것부터가 그릇된 인식 체계를 보여준다.

비록 3주짜리 임시 대표이긴 하지만 문 대표대행이 첫 외부 행보로 언론사 파업 현장을 찾은 것은 ‘편 가르기’ 언론관을 보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관과 빼닮았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패하고, 그 때문에 한명숙 대표가 물러나 문 대표대행이 그 자리에 앉았다면 먼저 민심의 현장을 찾는 것이 정상이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내 편’ 언론을 확실하게 챙기고 다른 언론은 ‘수구언론’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전략이라면 곤란하다.
#문성근#민주통합당#총선#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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