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승규]원전은 에너지와 기술의 문제, 소모적인 논쟁 대상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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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벌어진 많은 논란과 논쟁은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다시는 후쿠시마 원전 같은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방법론은 정반대의 견해로 나뉜다.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원전 확대정책 폐기뿐 아니라 운전 중인 원전의 가동 중단까지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쪽은 대체에너지 확보가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해 원전을 유지하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얘기한다.

어느 쪽이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길인지는 역사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에너지 비율을 늘려온 근거가 된 에너지 수요 증가, 기후변화 가속, 화석연료 고갈 등의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전 도입 및 확대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체 전력량의 31%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고 삼면이 바다로, 위로는 북한이 있어 독일처럼 전력을 수입할 수도 없는 우리나라는 무조건적인 원전 포기가 불가능하다.

무작정 원자력 확대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무해하고 100% 안전하며 실용성까지 갖춘 대안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표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정부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4%에서 11%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 보급 확대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2.4%가 11%로 늘어나고 100%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적이므로 원자력을 가교 에너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5.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해서는 22%만 찬성했다. 국민이 원전의 필요성과 불안감 사이에서 겪고 있는 혼란을 잘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정부와 기업, 학자들의 몫이다. 원자력의 안전성 강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노력하며,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안전성 확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문제다. 원자력 문제에 관해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조가 강화되는 것은 지난해의 비극적인 사고가 남긴 값진 변화다.

이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국민의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수요 증가를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원자력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에 대한 정책과 계획은 균형 잡힌 시각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은 정치나 감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에너지이자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에너지와 기술이라는 본질적인 영역에서 바라본다면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합리적 대화와 협의를 통해 미래를 위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안승규 한국전력기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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