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재정 위기, 정부와 국회가 ‘대응 원칙’ 세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경전철 건설로 막대한 빚을 진 경기 용인시가 공무원 급여 인상분을 반납하고 판공비를 삭감하는 등 재정 긴축에 나섰다. ‘자구 노력 없이는 지방채 추가발행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행정안전부의 강경 방침을 용인시가 수용한 것이다. 부채 때문에 공무원 급여를 깎는 것은 용인시 사례가 처음이지만 재정이 더 취약한 지자체도 많다. 인천시는 공무원 급여를 일시 체불했다. 은하레일, 아시아경기 주경기장,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무모한 투자 탓이다. 강원 태백시는 리조트 사업을 무리하게 펴다가 1년 예산 규모에 육박하는 빚을 지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군자지구 개발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가 재정을 짓누르고 있다.

선심성 사업이 덜한 시군구도 사정이 좋지 않다.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복지 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들이 50%를 분담하게 돼 전체 재정에 압박을 받고 있다. 시보다는 군, 군보다는 구로 갈수록 부담이 커져 자치구의 경우 전체 예산의 43%가 복지 예산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17년을 넘기면서 절제 없는 자치 행정의 부작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방재정 운용의 근본 원칙을 재정립하는 일이 절실하다. 우선 지방정부의 세출부터 줄여야 한다. 호화 청사와 축제 행사 등 선심성 지출을 자제하고 시간외수당 편법 청구 등 지자체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지자체가 갖고 있는 불필요한 자산도 적극 매각하는 것이 옳다. 지방의회는 지자체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재정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예산을 확정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사전 예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를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지자체들에는 지방채 발행과 신규 투자사업을 비롯해 예산 편성의 자율권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재정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재정건전화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사업과 조직을 축소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지자체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진척되었는지를 따져 국고 보조금을 차등 지원해 지자체의 알뜰 살림을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회는 지자체의 자산 매각이 용이하도록 관련법을 보완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의 흥청망청 행정으로 인해 주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지방재정#지방재정위기#지방자치단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