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투표소 변경 이유에 대한 황당무계한 괴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4·11총선을 앞두고 인터넷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투표소 변경과 관련한 황당한 괴담들이 유포되고 있다. 예컨대 “선관위가 여당에 유리하도록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투표소를 대거 변경했다”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투표소가 변경됐다” “투표소를 검색해보니 대부분이 경로당”이라는 식이다. 모두 사실과 다르다. 도대체 누가 이런 괴담을 퍼뜨리는지 선관위와 수사당국은 밝혀내야 할 것이다.

투표소 변경은 어느 선거 때나 흔히 있는 일이다. 투표소 관할구역이 변경됐거나, 투표하기가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거나, 기존에 투표소로 이용하던 곳이 근무·영업·수리 또는 건물주의 거부로 임차가 불가능한 경우가 투표소 변경의 주된 이유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전국 1만3470곳의 투표소 가운데 1232곳(9.1%)이 변경됐다. 야당이 압승을 거둔 2010년 6·2지방선거 때는 무려 22.5%의 투표소 변경이 있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투표소 변경이 여권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투표소가 노년층에 익숙한 장소로 지정 또는 변경됐다거나 야당 지지 성향의 지역일수록 투표소 변경 비율이 높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경로당과 노인정이 투표소인 곳은 전체의 12.3%에 불과하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투표소를 변경해야 할 때 선관위는 각 당 관계자들과 협의해 결정한다. 지금이 자유당 집권 때도 아닐진대 선관위가 특정 정파에 유리하도록 투표소를 멋대로 바꿀 수 있겠는가.

요즘은 발 없는 괴담이 아무런 체크 기능 없이 인터넷을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괴담은 독버섯처럼 현란해 언뜻 들으면 매우 그럴싸하다. 괴담이 위험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2008년 촛불시위 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허무맹랑한 괴담이 수개월간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투표소 괴담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각 가정으로 배달된 ‘투표안내문·선거공보’에는 투표 장소가 분명하게 명기돼 있다. 설사 투표소가 바뀌었더라도 투표할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투표는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거짓 괴담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민주시민의 몫이다.
#투표소변경#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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