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원]‘돌고래 쇼’ 결정은 서울시민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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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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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파격은 일단 성공적이다. 출근 첫날부터 시민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목을 받았던 박 시장은 취임식도 전임 시장들과 사뭇 다르게 했다. 취임식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고, 박 시장 홀로 시장실에서 취임식을 직접 진행하는 탈권위적인 방식이었다.

박 시장이 지난달 서울대공원 내 ‘돌고래 쇼’를 잠정 폐지한다고 하자 서울시장이라는 행정가보다 ‘동물복지와 환경생태주의자’로서의 파격적인 이미지가 부각됐고, 돌고래 쇼는 인터넷 주요 검색어가 됐다.

“아이들이 동물 만날수 있는 교육장”

필자는 일부 언론처럼 돌고래 쇼 이슈를 ‘정치 쇼’로 몰고 가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구럼비 바위 앞바다에 방사될 것이라며 이번 돌고래 쇼 폐지 논란을 ‘정치 쇼’로 폄하하는 주장도 있었고, 박 시장은 돌고래보다 먼저 탈북자들이 자유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박 시장이 1990년대 ‘동물권 이론의 전개와 인식’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즉흥적’이거나 ‘정치 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박 시장이 ‘동물권’까지 중시하는 만큼 당연히 탈북자 인권 역시 중시할 것으로 믿는다. 돌고래의 방사 장소도 강정마을로 특정하지 않겠다고 물러선 것도 다행이다.

행정학자로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다. 시민단체 출신 박 시장이 그렇게 중시하는 ‘시민’은 이번 돌고래 쇼 폐지 논란 중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도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이런 견해를 중시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박 시장 판단 위주로 돌고래 쇼가 잠정 중단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가 필요하다는 시민도 많다는 것을 행정가인 서울시장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돌고래 쇼가 중단되기 직전까지 3월 돌고래 쇼 관람객이 4만9788명으로 2월의 2.5배로 증가했다는 것은 ‘돌고래 쇼’를 “단순히 돌고래 학대로 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교육장”이라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실증적인 증거다.

대부분의 시민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유가 없고, 복잡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나 전문성도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돌고래 쇼 이슈는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청취하고 정책 결정을 했어도 되는, 시간상 화급을 다투는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무상급식 이슈로 전체 시민투표까지 실시했던 서울시 아닌가. 그런 서울시라면 최소한 돌고래 쇼 잠정 폐지 이전에 이번 이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통해 쟁점 사항을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고, 과학적인 표본조사를 근거로 조사 대상 시민들의 의견을 파악한 후 돌고래 쇼에 대한 정책 결정을 했어도 전혀 늦지 않다.

시민의견 파악후 정책결정 했어야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줬던 과거 시민단체의 역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요즘 일부 시민단체를 보면 외형적으로는 비정치적인 이슈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다. 진정한 시민단체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를 벗어나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내부의 비판 구조를 강화해 시민단체의 민주화부터 이룩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박 시장이 정책 결정을 하면서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과 취임식에서 서울시민들에게 한 “제가 서울시민 여러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하트 모양을 그리면서) 이만큼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제대로 연결될 수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시민#돌고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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