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평락]항노화산업, 고령화사회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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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
통계청이 발표한 ‘201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10년 11.0%에서 2018년 14.3%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09년 현재 65세 남자는 앞으로 17.0년, 여자는 21.5년을 더 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갈망했던 진시황의 특별한 지위를 자연스레 누리는 셈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건강보험 의료비의 30% 이상을 사용하는 등 고령화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모르는 척할 수도 없다. 고령대국 일본이 5월쯤 내놓을 ‘고령사회 정책대강’에서 65세인 고령자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더는 남의 일로 흘려보낼 수 없다.

정부 정책에서 연금 및 건강보험 등 재정 확충과 복지제도 개선 같은 사회 안전망 확충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고령화 대책을 비용적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발상적인 사고로 전환해 보면 어떨까. 천수(天壽)를 넘어 생산가능인구로서 활동하는 건강수명 혁신이 바이오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의 융합기술을 통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이런 융합기술이 이루어낼 새로운 산업이 바로 항노화(anti-aging)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항노화산업은 노화 및 노인성 질환의 진단, 예방, 지연, 억제, 치료 등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게 도와줄 의약품, 화장품, 맞춤형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고부가가치 첨단 융합산업이다. 다양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의 창출이 기대되는 항노화산업 시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고령인구의 경제력 향상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이 1조 원에 이르는 데 비해 국내 노화 관련 연구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산학연 융합형 기술 개발 및 조기 산업화 전략도 없는 상황이다. 국가적으로 비전 수립과 산업 육성이 가능한 프로모션 타워가 필요하다.

둘째, 항노화산업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노화 관련 연구기관과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국가적 클러스터를 구축해 열악한 초기 항노화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또한 클러스터 안에 항노화 테스트베드를 조성해 기업의 혁신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세계 어디서도 통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고유의 전통 한의학과 우수한 의료기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IT와 줄기세포 기술 등을 접목해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항노화산업은 고령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우선적으로 모아져야 한다. 고령화를 축복으로 맞을 것인지, 대재앙으로 맞을 것인지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항노화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절실한 때다.

최평락 전자부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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