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영]지진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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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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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당시 참혹했던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인류는 지진 재해를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대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이 발생하는 장소와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환태평양대, 지중해·히말라야대, 해령 등의 지각판 경계에서 지진의 90%가 발생하고, 가끔 판 내부에서 생각지도 못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뿐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꾸준한 연구 결과로 인류는 어느 정도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진만큼은 예외다. 불규칙한 성질을 갖는 물질로 이루어진 데다 접근조차 어려운 땅속 깊숙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던 에너지가 한순간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진파의 전파 속도는 1초에 수 km 정도로 워낙 빠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 지역민은 거의 대처할 수 없다.

수많은 과학자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매스컴을 통해 비교적 잘 알려진 방법은 동물들의 특이 행동과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동물들의 특이 행동으로 과학적인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현재 사용되는 지진의 단기예측 기술은 주로 지진파의 속도, 전자기장, 중력장, 자기장, 지하수위 등이 지진 발생 전후로 급변하는 현상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일기예보처럼 정확한 예측을 하지는 못한다. 대규모 지진 발생 전에 작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현상이나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성질에 기초한 중장기 예측을 좀 더 신뢰할 수 있으나 발생 시기에 대한 정확성이 떨어져 실생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물리학의 한 분야인 지진학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천재학자가 수없이 많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도전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진이란 현상 자체가 상당히 불규칙하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인간의 인식 범위와 한계를 뛰어넘기에 아직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진에 대해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지진 현상을 좀 더 폭넓은 관점과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자연의 변화와 흐름처럼 지진 현상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다양한 지진의 특성을 분석하고 종합하며, 이를 다른 분야의 연구와 융합해 새로운 해석의 틀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진 역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연현상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1년을 맞아 지진 현상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지진학의 기초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것이 먼저다. 동시에 지진에 관한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좁은 인식에서 벗어나 관련 분야와 융합 연구를 함으로써 다각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지진의 본질적인 모습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진 연구의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큰 길이 만들어지고, 더욱더 다양한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지진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기영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장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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