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동유럽과 중동의 두 가지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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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아랍 지역을 보면 민주주의 사회로 옮겨가는 것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희망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을 너무 일찍 하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전망은 인간의 존엄과 정의, 자유를 추구하면서 아랍의 각성을 촉발한 아랍의 청년과 많은 일반 시민들의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보다는 이들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과거의 보호막과 사고의 힘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주의 기구와 전통들이 부족하고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이클 만델바움 존스홉킨스대 부설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모든 뚱뚱한 사람 안에는 그곳에서 사력을 다해 탈출하려는 마른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모든 독재국가 안에는 그곳에서 사력을 다해 탈출하려는 민주주의가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는 그러한 사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1989년 동유럽에서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동유럽과 중동은 두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많은 동유럽 국가들은 인위적으로 입혀진 소비에트공산주의가 제거된 뒤 되돌아갈 자유주의를 갖고 있었다. 동유럽은 또 자유시장 민주주의를 위한 강력한 모델이자 자석인 유럽연합이 옆에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랍 무슬림 세계에는 이 모두가 없다. 그래서 독재국가의 철권정치가 사라졌을 때 그들은 자유주의가 아닌 이슬람주의나 분파주의, 부족주의, 심지어 군사통치로 되돌아간다.

미국이 얼마나 오랜 시간에 걸쳐 자유주의 정치질서를 세웠는지 기억해야만 한다. 4년 전, 우리는 할아버지가 무슬림인 버락이라는 이름의 흑인을 선출해 경제 위기에서 우리를 구출하도록 했다. 우리는 지금 그를 모르몬교도와 바꾸는 것을 고려 중이다. 그것은 완전히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적인 것을 이루는 데는 200년 이상이 걸렸고 도중에 시민전쟁도 있었다.

아랍인들과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이제 10년도 안 됐다. 우리는 시리아에서 정권이 민주주의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분파주의 전쟁으로 바꿔놓는지 봤다. 시리아에서 반정부세력은 민주주의로의 변화를 위한 평화적이고 풀뿌리적인 범시리아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의해 교묘하게 살인과 분파주의 원한에 맞닥뜨렸다. 시리아에 있는 중동 전문가인 피터 하링과 사라 버크는 최근 “시리아에서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국영 언론은 시위대가 처음 봉기한 다라 시의 사원에서 발견됐다며 조작된 무기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같은 종류의 정서 조작을 본다. 미군이 꾸란을 태웠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했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일주일 넘게 광란을 벌이고 무고한 미국인들은 보복 살해당했다.

이집트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던 군이 오랜 숙적인 호스니 무바라크의 개혁 성향을 가진 아들 가말을 제거하기 위해 타흐리르 광장의 소요를 이용했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무바라크 부자를 제거한 군은 미국과 유럽, 이집트의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이집트를 붕괴시키려는 외국 정보기관을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그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조작된 혐의로 군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아랍·무슬림의 각성 시기는 끝났다. 지금 우리는 반혁명적인 시기로 깊게 들어가고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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