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위과대 선동으로 드러난 나경원 ‘1억 피부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짜리 피부과를 다녔다’는 의혹은 경찰조사 결과 허위과대 선동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사주간지 ‘시사IN’은 해당 피부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연회비가 1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억 원에 이르는 회원권은 없었고 연간 최대 이용가능 금액은 3000만 원이었다. 나 후보는 피부 관리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 딸과 함께 9개월간 10차례에 걸쳐 550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도는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경쟁을 벌이던 나 후보에게 타격을 줬다. 흑색선전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려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범죄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모함한 ‘병풍(兵風)’의 김대업 씨는 징역 1년 10월을 선고받았지만 이미 선거가 끝난 뒤였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도 선거 뒤 징역 8년의 확정형을 받은 BBK 전 대표 김경준 씨에게 시달렸다. 흑색선전이 주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미성숙 단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법원 판례는 언론사가 허위사실을 보도했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충분하면 처벌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진위 확인을 위한 취재의무를 충분히 다했는지 의문이다. 나 후보의 1억 원 피부과 이용설(說)을 확산시킨 데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꼼수는 시사IN의 보도를 그대로 중계 방송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팟캐스트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는 오프라인보다 신속하게 대량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폐해가 크다. 나 후보가 고소한 나꼼수 출연자들이 나 후보를 무고죄로 맞고소해 놓은 만큼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허위사실 유포로 대법원에서 1년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의원을 의인(義人)인 양 치켜세우며 허위사실 유포죄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적 사안으로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한 경우는 처벌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후보자에 대해 근거 없는 폭로전을 해도 공적토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선거가 자칫 흑색선전판이 될 수 있다. 허위사실 유포죄의 일차적 목적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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