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미숙]철학 없이 남발되는 다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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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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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점차 다문화돼 가고 있다. 이주노동자, 난민, 역이민, 결혼이주 등으로 다양한 인종이 한 사회에 공존해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100만 명 시대로 접어들어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다문화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결혼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 및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류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다문화가족은 특성상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 결혼이주 여성의 적응상의 어려움은 어머니와 가장 밀착된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다문화가족 아동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음에도 70% 이상이 피부색 때문에 인종적 차별을 받고 있고, 주변 친구로부터 왕따를 당하기도 하며, 스스로 어머니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어려서는 언어 발달이 늦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 중퇴율이 높고 상급학교 진학률이 낮아지는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다문화정책-다문화지원사업 예산은 2006년 12억 원에서 지난해 1162억 원으로 6년간 100배 가까이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철학 없는 정책의 남발로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다문화정책을 구심점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중복과 예산 낭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문화공생정책을 마련하여 다문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지자체 단위로 실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다문화 준비는 초기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다문화정책도 중반기에 접어들게 되어 보다 세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앞으로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다문화가족 아동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기조가 필요하다.

첫째, 국가 차원에서 다문화정책에 대한 이념적 기초가 수립되어야 한다. 즉, 다문화사회에 대해 통합적 접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문화적 접근을 할 것인지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정책의 기조가 한국사회에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문화의 특성을 살린 동화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다문화가족 아동에 대한 사업은 중심축이 필요하다. 현재 다양한 부처에서 실시되고 있는 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고 이용자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일관성 및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다문화가족 아동의 지원은 생애 연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즉, 특정 연령만의 특화된 사업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아동을 위한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 영·유아와 초등학생만을 주요 대상으로 한 것에서 벗어나 중학생 이상도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족 아동을 위한 지원은 어머니의 출신문화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어머니 문화와 본국 문화를 동시에 수용하는 이중문화적일수록 개인의 역량을 더욱 풍부하게 개발할 수 있고 자신의 뿌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건강한 인격을 형성할 수 있다.

세계화 및 다문화시대에 걸맞은 인재의 양성은 우리나라의 국격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가 철저할 때 도래할 남북통일을 무리 없이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가족과 아동에게 적절한 정책과 인프라가 확충됐을 때 통일 후 문화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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