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警, 국민 앞에 이 무슨 추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해묵은 갈등이 새해 벽두부터 불거져 나왔다. 검경(檢警) 수사권을 손질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1일 시행된 이후 어제까지 전국 10개 경찰서가 검찰이 내려 보낸 내사(內査)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이 사건들은 경찰에 접수된 게 아니므로 내사할 의무가 없다는 게 경찰의 논리다. 접수를 거부하는 일선 경찰서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경찰 사이의 전운(戰雲)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새해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에 들어간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의 독자적 내사권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게 했다. 경찰 수뇌부는 “검찰로 접수된 진정 탄원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 지휘를 따라야 할 근거가 없다”며 일선 경찰서에 검찰 지휘를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진정 탄원 사건을 경찰의 협조를 받아 처리하던 검찰은 “진정 탄원 사건은 수사과정의 일부이므로 검찰 지휘를 따라야 한다”고 반박한다. 법치(法治)의 일선에 있는 검경 두 기관이 국민 앞에서 ‘밥그릇 싸움’ 추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수사 경과(警科·수사 분과)를 집단 반납하더니 이번엔 17개 항목의 ‘수사 실무지침’을 만들어 검찰에 대한 수사 협력을 거부하고 나섰다. 법령을 입맛대로 해석해 경찰에 진정한 사건은 수사하고, 검찰에 진정한 사건은 수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파업을 하면서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의 편법을 떠오르게 한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합법적 절차를 거쳐 확정된 법률과 대통령령은 열린 자세로 수용해야 한다. 경찰 스스로 무시하는 법령을 국민에게 지키라고 하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선책을 마련해 법령을 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의 자세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처럼 검찰이 수사와 관련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국회는 작년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검찰과 경찰을 상하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 보는 시각이다. 경찰은 과거에 비해 조직도 커졌고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검찰은 현장에서 법 집행을 하는 경찰에게 넘겨줄 것은 넘겨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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