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뜬구름 잡는 전략 말고 殺人어업부터 막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한중(韓中) 양국이 오늘 외교부 차관(중국은 상무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 전략대화를 갖는다. 김정일의 사망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진 만큼 북한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도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감싸면서 ‘한국의 자제’를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의미 있는 대화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한반도 안정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 못지않게 중국 어선의 서해안 불법조업이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는 한중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인화성(引火性)이 강한 사안이다. 중국 어선은 중국 정부의 사실상 묵인 아래 우리 영해를 침범해 치어(稚魚)까지 싹쓸이하는 것도 모자라 단속 중인 해경을 살인(殺人)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불법조업을 척결하겠다는 중국의 분명한 다짐을 받아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어제 당정 협의에서 한중 상설 고위급 협의체를 만들어 불법어업 근절대책을 논의하고 단속역량 강화를 위해 9324억 원을 투입한다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단속 함정의 수를 늘리고 단속 경관 모두에게 총기를 지급하는 한편 불법조업 어선에 대한 벌금을 현행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중국 어민의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우리 영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적 행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예의를 충분히 갖춘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내정간섭적 발언을 한 탓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제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한중 간 실질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불법조업 문제를 적극 논의하는 것은 지역정세와 양국 현안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다뤄보자는 전략대화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정부가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게 되면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대화가 끝난 뒤 “한중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입각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성명에 반색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화를 통해 살인어업을 막을 구체적 행동계획에 대한 접점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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