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와 시장, 북한 변수에 과민 반응할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북한 독재자 김정일의 급사(急死) 충격으로 흔들렸던 국내 금융시장이 하루 만에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사망 발표 당일인 19일 크게 떨어졌던 주가와 원화가치는 어제 상승세로 마감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도 없었다. 김정일의 아버지인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한 직후 벌어졌던 생필품 사재기 같은 모습도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한국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미국 및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성장률 둔화, 가계부채 증가 같은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져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 내부에서 일어날 움직임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간헐적으로 출렁거릴 개연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의 갈등이 대규모 군사 충돌 같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지 않는 한 북한 변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다. 김일성 사망, 북한 핵실험, 연평해전 같은 사태가 터졌을 때도 한국경제는 일시적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김정일의 사망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므로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일의 돌연한 죽음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지만 과민 반응할 이유는 없다.

경제주체들이 북한 변수에 동요하지 않고 소비와 투자 등의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미국에서는 전쟁이나 테러 등으로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때 애국심을 발휘하는 차원에서 소비와 투자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나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국민과 기업들도 위축되지 말고 평소처럼 경제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먼저 주눅이 들면 외국인투자가들도 한국을 불안하게 여기고 돈을 빼내갈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 경제의 현실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 근거 없는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 정치권, 노동계, 사회단체들도 경제 불안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협조할 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