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신영]환영-우려 엇갈리는 절대평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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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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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
김신영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년부터 고등학교 내신 평가방식을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내신을 절대평가로 바꾼다는 것은 학교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고, 원칙적으로도 옳은 방향임에 분명하다. 서열화에 따른 등급 부여의 엄정성을 강조하는 현행 9등급 상대평가 체제는 같은 반 친구들과의 비교육적인 과열된 점수경쟁과 시험문제 풀이 연습 위주의 폭 좁은 학습을 유도하고, 교육 목적에 따라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고 평가하기보다는 공정한 성적 산출을 위해 학교 단위의 공통적인 평가에 맞춰 가르치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 절대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과 절대평가의 실시로 지금과는 다른 교육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다시 등장해 교육력 제고라는 목표가 훼손될 수도 있고, 대학에서 변별력 없는 고교 내신 성적을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이 모두 변별력이 낮은데 도대체 대학은 어떤 기준과 근거로 학생을 뽑는지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의 선발기준 자체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특목고의 내신 불이익이 줄어들면 특정 상위권 대학에서 특목고 출신 학생 비율이 증가할 것이며, 이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경쟁과 사교육비의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학교정보공시제, 입학사정관제, 고교와 대학 간의 입시 연계 강화 등 교육의 책무성 제고와 대학 입시 선진화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 같은 우려를 당장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의 학생 평가는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내신 성적의 산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돕고 학교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더 설득력을 지닌다. 이제는 학생 평가가 서열화를 위한 그릇된 선발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수 및 학습과정을 개선하고 학생의 학습을 돕는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학교 현장에 잘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수준의 교과별 성취기준을 분명히 설정해야 하고, 그 기준에 근거해 학교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의 현장 활용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물론 국가 수준의 교과별 성취기준에 대한 해석에서 학교 간에 다소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그 같은 차이를 인정할 때 얻게 되는 교육적 유익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기준에 근거한 자율적인 평가기준을 설정해 학생들을 평가하고 평가기준과 시험문제를 공개하도록 하는 단위학교 책임평가제를 도입해 학교의 교육력을 강화하고, 학생 평가에 대한 신뢰와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절대평가 실시에 따른 학생 평가의 교육적 기능 강화와 학생 평가 결과에 대한 타당성 및 공정성 제고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의 학생 평가에 대한 의식 개혁이 앞서야 가능하다. 의식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한 제도의 개혁은 또 다른 문제와 모순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정책으로 학교 교육의 주체들이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학생 평가의 본질적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학교 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신영 한국외국어대 사범대 교수 한국교육평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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