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석우]무역 1조달러…이젠 내실있는 무역대국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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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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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2011년 12월 5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가 세계에서 9번째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1조’라는 숫자도, 세계에서 ‘9번째’라는 등수도 마음에 든다. 그동안 선진국이나 거대 경제권만이 달성했던 성과이기에 더욱 뜻깊다고 생각된다. 국민 모두의 마음도 그랬으면 하고 기대하지만 오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세계경제의 현실이 그렇다. 금년 5월 남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재정위기의 그늘이 세계경제에 드리워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1월 부정적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가 지금보다 확산되면 선진 경제권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어 그 여파를 우리만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의 수출입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조 달러’에 마냥 기뻐만 하고 있을 일도 아니다. 우리 경제와 무역이 마치 ‘덩치만 큰 아이’나 ‘웃자라 버린 작물’처럼 외적 규모만 커진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바로 그 다음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농수산물과 식품의 수출은 세계 20위권 밖이다. 서비스 수출도 세계 15위에 불과하고 아시아에서도 6등에 불과하다. 제조업도 우리보다 앞선 나라와 비교하면 기초과학 능력이나 창의력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산업들은 상대적으로 뒤져 있다. 무역이 질 좋은 일자리를 더는 늘리지 못한다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피땀 흘려 노력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2차례의 석유파동도, 외환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렇게 우리는 극복해 왔다. 그 선두에 무역이, 수출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보기술(IT)화의 물결을 타고 신흥시장의 성장에 부응해 IT강국, 무역대국을 이뤄냈다.

‘무역 1조 달러’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우리가 이룩했던 성과와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는 한편 글로벌 환경과 우리 내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강력한 패러다임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우선 정부와 기업은 신흥국을 시장으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성장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넓어진 우리의 경제영토를 잘 개척하고 활용해 이를 내실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로 ‘기술’이 집약된 상품을 수출했다면 이제 우리의 ‘맛’과 ‘멋’, 그리고 문화가 집약된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해야 하며 점점 커지는 녹색시장을 겨냥해 녹색상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수동적이었거나 비켜나 있었다면 이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정부도 우리 국토를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하며 지속 가능한 무역의 성장을 지원하는 강력한 무역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역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청년과 기업들은 수출창업에 적극 나서야 하며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상대로 도전해야 한다.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해야 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성공하면 2020년경에는 우리가 양적인 무역대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의 중심 국가로 부상할 것이며 오늘보다 더 많은 국민이 무역의 성과를 함께 누리는 무역 선진국이 될 것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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