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주명]에너지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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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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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 공급이 블랙아웃 직전까지 가는 국가적 에너지 위기 사태를 겪은 데 이어 동절기 전력 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있었다. 이런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문가 사이에서 이미 예견됐고 우려하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하는 수단의 일환으로 공공에너지 요금을 지난 수년간 동결했고 국가 경제력의 증가에 맞춰 에너지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총액이 2005년 5000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 1조 달러를 돌파해 세계 7위권의 무역대국이 된다. 반도체와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증가한 데에는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에너지 공기업의 주요 역할은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의 안정적 확보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산업 성장세에 상응하는 새로운 전력 공급시설을 증설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에너지 공공요금정책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의 공공에너지 요금 억제정책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커녕 국부 유출을 조장하고 에너지 절약정책에도 역행하고 있다. 재정 적자에 따른 에너지 공기업의 신용등급 평가 강등으로 차입금 이자 지출이 급격히 증가해 향후 수년간 수천억 원의 외화가 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연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발전산업 구조에서 수입원가 이하의 공공에너지 요금정책은 국민에게 전기가 값싼 에너지로 곡해돼 동절기 난방시설에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가정책의 볼모가 된 에너지 요금제도는 일본 중국 같은 나라의 전력 다소비 산업을 우리나라로 이전하게 하여 국가 에너지 기본 운영 기조를 와해하고 에너지 낭비를 조장하는 제도적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연료의 8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대외 에너지 절대 의존 국가다. 따라서 국가 에너지 목표는 우리나라 산업경쟁력 향상에 따른 에너지원의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절약을 국가 에너지정책의 최상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절약정책은 국민의 소비 민감도가 가장 큰 요금에 기반을 두어 추진해야 한다.

수입원가에 못 미치는 공공에너지 요금과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반시장적 개입에 의한 인하정책보다는 국민 스스로가 비싼 수입 연료를 아껴 쓰는 환경으로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직 덜 익고 성과가 미미한 전시적인 녹색성장 에너지정책보다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감내할 수 있는 에너지원 수입원가 연동제를 즉시 도입하고 국가 경제력 증가에 따른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공급시설 확충에 소요되는 자금을 에너지 공기업 스스로가 마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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