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원량]해외로 역수출하는 국내가공 밀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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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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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량 한국제분협회 전무
조원량 한국제분협회 전무
언론 매체나 인터넷에 나도는 밀가루에 관한 이야기 중에 우리밀이라고 알려진 ‘국내산’ 밀가루와 외국에서 밀을 수입해 국내에서 제분한 ‘국내 가공’ 밀가루 그리고 밀가루 자체를 완제품 형태로 수입한 ‘수입산’ 밀가루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밀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한 밀가루를 ‘수입밀가루’로 오해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밀가루는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공한 우리나라 밀가루는 세계에서 우수한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주요 밀 생산국인 미국 호주 등이 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 밀가루를 수입해 가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식품 위생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도 프리믹스 형태로 연간 약 4만 t을 수입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30여 개국에 연평균 7만 t의 밀가루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은 약 600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왜 미국 호주 등의 밀 생산국이 밀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밀가루를 수입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제분기술력이 세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제분기술력은 밀의 껍질인 외피와 내부의 하얀 알맹이를 잘 분리해 분쇄하고 순화 등의 공정을 거쳐 고운 입자를 만드는 데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밀가루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밀가루의 품질은 밀의 껍질층이 얼마나 잘 걸러졌느냐, 즉 회분 함량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밀가루 등급이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제분된 밀가루는 해외에서 제분된 밀가루보다 입자가 훨씬 곱고 제품으로 만들었을 때 상대적으로 식감이 부드럽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가루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부할 수 있다.

또한 제분기술력이 높을수록 밀을 잘 빻아 고운 입자를 만들 수 있고, 미세한 입자일수록 빛의 반사율이 높아 밀가루가 더욱 하얗게 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표백제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밀가루가 유독 하얀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분기술 덕택이다.

우리나라는 식용으로 밀을 연간 200만 t 이상 소비하는데 국내산 밀은 4만 t 내외로 전체 소비량의 2% 수준이고 나머지 98%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이 국내에서 자급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생산비용이 외국 밀보다 3, 4배 높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불가피하게 밀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분산업이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제분회사는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 밀가루를 공급하기 위해 밀 주산지인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 밀을 수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등급 밀을 수입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이렇게 밀의 국내 자급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 제분회사들이 최고 등급의 밀을 수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밀가루를 생산한 뒤 역수출하고 있음에도 일부 소비자가 수입한 밀을 가공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가공 밀가루를 저평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식탁에서 밀가루는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제2의 식량이다. 제분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는 어떤 식량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국내에 밀가루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안정적인 밀가루 공급과 함께 우리 가족이 먹는 밀가루이기에 철저한 식품 위생과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조원량 한국제분협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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