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독재동맹’ 미얀마마저 문 여는데 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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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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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국제부 기자
구자룡 국제부 기자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으로 미얀마는 군사독재와 인권탄압, 그리고 은둔국의 이미지를 점차 벗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2일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함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함으로써 지구상에 ‘민주화 사각지대’ 중의 하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까지 갖게 한다.

1988년 군사쿠데타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미얀마와 협력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며 유엔이 미얀마에서 보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가 정치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감에 따라 폐쇄와 고립 속에 독재정치를 펴는 국가는 북한만 남았다는 시각이 많다. 미얀마와 북한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은 점이 적지 않았다. 인권탄압(미얀마)과 핵개발(북한)이라는 이유는 다르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나란히 제재를 당해왔다.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양국은 밀접한 정치적 군사적 협력을 맺어왔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기술이 미얀마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클린턴 장관이 1일 테인 세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미얀마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미얀마가 북한과의 군사적 연대를 끊을 것을 요구한 것도 핵 협력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과 접경하고 있으면서 중국으로부터 ‘독재정치를 인정’ 받아온 점도 양국이 닮은꼴이다. 그랬던 미얀마가 지난해 11월 총선과 올 3월 민간정부 이양에 이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북한은 외톨이가 된 꼴이다.

미얀마의 최근 변화를 보는 중국의 심경도 복잡하다. 미국과 미얀마가 관계를 개선하면서 전통 동맹국이자 중국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미얀마가 대중(對中) 견제의 전선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2일 “클린턴 장관의 방문으로 중국의 이웃인 미얀마를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한 것도 중국의 신경이 곤두섰음을 보여준다.

그런 중국이 북한마저 미얀마처럼 ‘일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대를 거스르는 대북한 정책을 펼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미얀마의 개혁개방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본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소극적이 되고, 핵개발에 대해서도 사실상 눈감아주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구자룡 국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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