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변화 흉내로는 민심 이반 못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한나라당이 이달 9일 쇄신 의원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어제 국회의원과 당협 위원장들이 참석한 쇄신 연석회의를 또 열었다. 어제 회의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제의한 ‘조건부 대표직 사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해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뜻으로 결정된다면 나는 당권 대권 분리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 당규를 개정한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가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당 대표직을 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박 전 대표 자신도 당의 전면 등장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내건 조건은 사실상 충족되기 어려운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일각에서 제기돼온 지도부 사퇴론에 홍 대표가 ‘재신임 승부수’로 맞서려는 의도가 강하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일부가 지도부 사퇴와 박 전 대표의 등판을 주장했지만 전반적으로 ‘현 지도부 유지론’이 우세했다고 한다. 홍 대표의 승부수가 적중한 셈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수도권 민심이 뚜렷이 드러났다. 20∼40대 민심의 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3신당 출현을 바라는 의견이 절반을 넘고,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가상 대선 대결에선 안 원장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야권은 반(反)한나라당 세력을 규합하는 통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전망은 어둡기 그지없다.

한나라당이 이런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신당 출현이 가시화하고, 야권 통합정당이 새 지도부 체제를 선보이게 될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현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땜질식 처방이나 변화 흉내로 민심의 이반을 막을 수 있겠는가. 당을 허물고 다시 완전히 새로 짓는 창당 수준의 변신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외연(外延) 확장도 필요하다. 당의 새 얼굴도 그에 걸맞은 인물로 찾아야 한다. 당내 대선 구도도 더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