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이르면 이달 윤곽… 치안정감 2명 이상 교체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1일 1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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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검찰 주요 수사 지휘부를 물갈이한 데 이어 이르면 이달 중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될 경찰 고위직(치안정감)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2명의 치안정감이 교체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사정 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만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7월로 예정된 차기 경찰청장 임명 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 치안정감 2명 이상 교체될 듯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최근 일부 치안감으로부터 인사 내신을 제출받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5월 말 6월 초에 치안정감이 최소 2명에서 3명은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치안정감은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임기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하면 전국에 서울경찰청장 등 6자리 밖에 없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치안정감은 그마저도 한 명이 줄어든 5명으로, 나머지 한 자리는 김광호 전 서울청장이 정원을 차지하고 있다. 김 전 서울청장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의 의원면직(사직)을 허용해주지 않는 현행 공무원법에 따라 올 1월 기소된 뒤 퇴임하지 못하고 있다.

교체 대상으로는 오래 재임한 부산경찰청장·경기남부경찰청장과, 정년이 다가오는 인천경찰청장 등이 꼽힌다. 우철문 부산청장은 2022년 6월 임명된 이래 역대 최장기간 시도경찰청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홍기현 경기남부청장은 지난해 4월 임명돼 1년 넘게 재임했다. 김희중 인천청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임명됐지만, 1965년생으로 정년이 다가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과 김수환 경찰청 차장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바꾸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총선 직후부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다는 말이 내부에서 돌았다”며 “최근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을 핵심 수사 지휘부로 전진 배치해 장악력을 높인 것처럼 경찰에서도 비슷한 기류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현재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는 배대희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사시 출신), 이호영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간부후보 출신), 김봉식 경찰청 수사국장 (경찰대 출신) 등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재 치안정감 이상 고위급이 전원 경찰대 출신임을 감안할 때 비경찰대 출신이 승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김봉식 국장의 경우 경찰대 출신이긴 하지만 대통령실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 국장과 김 국장은 내년 3월 공석이 되는 국가수사본부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 차기 경찰청장 구도에도 영향
이 같은 승진 인사는 7월 중 내정이 예정된 차기 경찰청장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행법상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만 임명할 수 있다. 현직 치안정감 중 임기가 보장된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실질적 경찰청장 후보군’이 대거 교체된다는 의미가 있는 것.

현재 차기 청장으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후보는 조지호 서울청장이다.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찰대 6기인 조 청장은 이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다. 이후 경찰청 정보국장과 차장 등을 지냈다.

경찰 내에선 조 청장의 압도적 업무 장악력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그의 특장점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치안 중심 조직개편’ 때 경찰청 차장이었던 조 청장은 난제로 평가받았던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기간에 해냈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기획통인 조 청장이 본인 주도로 조직개편을 전부 핸들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수환 경찰청 차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경찰대 9기인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치안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번 정부에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경찰대학장 등을 지냈다. 그는 ‘경청형 리더’로 평가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항상 후배의 의중을 묻고 배려해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우철문 부산청장의 경우 올 1월 퇴임이 관측됐으나 예상을 깨고 유임되면서 한때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는 평가받기도 했다. “인사권자가 우 청장을 유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던 것. 다만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고, 2022년 이미 치안정감으로 경찰청장 구도에 한 번 참여했다가 탈락했던 점이 부담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역사에서 ‘재수’를 해 경찰청장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큰형님 리더십의 보유자로 평가되지만, ‘광주·전남 사건브로커 사건’ 등에 이름이 오르내려 ‘생채기가 많다’는 시선도 받는다. 김희중 인천청장 역시 조직 내 신망은 두터우나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어 경찰청장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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