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영호]무역 1조달러 시대의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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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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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 때다. 아침 해는 점점 늦게 떠오르고 오후 6시가 되기도 전에 거리는 어둑어둑하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행인의 옷차림은 자꾸만 두꺼워진다. 깊어가는 가을이 겨울을 부르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때쯤이면 연간 목표를 향한 스퍼트에 본격 나서게 되는데, 국민 모두가 밀어붙여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이 대망의 1조 달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12월 어느 때쯤일 텐데, 국민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역 1조 달러의 의미는 우리 경제 반세기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우리 수출은 아프리카 카메룬의 절반 수준으로 세계 100위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62년 산업 근대화의 기치 아래 전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1967년에는 무역액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1974년 100억 달러, 1988년 1000억 달러 그리고 2005년에는 5000억 달러 고지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1조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징어 철광석 합판 같은 농산물이나 단순 가공품을 내다 팔던 나라가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같은 첨단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무역강국이 된 것이다.

이런 극적인 역사는 기업인과 근로자, 정부가 힘을 합쳐 일궈냈다. 특히 우리 기업인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때로는 적응하고 때로는 치고 나가면서 대한민국을 세계 아홉 번째 무역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들의 혜안과 강한 추진력이 없었다면 한국은 더 이상 반도체 강국, 자동차 강국, 휴대전화 강국으로 불릴 수 없고 경제강국을 자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가정신으로 확실히 무장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새로운 생산방법과 새로운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혁신적 기업가를 높이 샀는데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이런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우리 CEO들은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다. 세계경제는 작년쯤 고비를 넘기는 듯했으나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젊은이들은 선배들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안정과 급여만 중시하는 평생직장 개념에서 벗어나 능력과 적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과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1인 기업가정신이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작년 11월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함께 120여 명의 국내외 CEO를 초청해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하면서 글로벌 공조의 주요 축으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기업, 기업-기업 간 공생발전이란 글로벌 책무가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주창된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그러나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라는 게 있다. 정글이나 맹수의 위협 같은 험난한 상황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작금의 세계경제 역시 경기불황과 재정위기에 포위되어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유일한 길이 공생을 통한 발전에 있다. 그럴 때 세계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우리는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를 향한 긴 여정에 새롭게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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