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홍성철]학교가 무서운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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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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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동아이지에듀대표
홍성철 ㈜동아이지에듀대표
최근 만난 한 선배는 ‘요즘 아내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했다. 올해 들어 부인의 짜증과 잔소리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선배의 부인은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풀고 있다는 것이 선배의 불만이다.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단다.

선배에 따르면 부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 제공자는 학생이다. 그것도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생이다. 이 녀석은 수업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이고 폭력성향도 조금 있다고 한다. 선배 부인은 아이를 통제하지 못해 속이 상할 대로 상했다. 조금 심하게 야단이라도 치려고 하면 욕설까지 하며 대들곤 한다는 것이다.

교사 경력 25년에 열 살배기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 차라리 한 대 쥐어박고 사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란다. 교감, 교장과 상의를 해도 “문제 일으키지 말고 잘 해결하라”는 말뿐 신통한 방법이 없다. 해당 학부모를 만나 상담을 했지만 “집에서 착하고 순진한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며 펄쩍 뛴다. 오히려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기가 막힌다.

학생인권조례 이후 수업과 생활지도가 힘들어졌다는 교사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사들의 주장은 이렇다.

‘학생 몇 명이 수업시간에 떠들고 있다. 교사는 ‘조용히 해’라고 주의를 주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교사가 벌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교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은 학교의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생이 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학생의 부모는 아이의 잘못도 있지만 훈계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지나친 표현을 했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직접 보지 못해 정확한 경위를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교사로부터 어떤 훈계를 들으면 학생이 먼저 선생님의 머리채를 휘어잡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올해 들어 이런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과 이에 비례해 교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체벌 문제는 우리 교육 역사에서 해묵은 논란거리다. 내 아이가 교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걸 좋아할 학부모는 없다. 일부 교사의 비상식적인 체벌 행위로 국민의 공분을 산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체벌은 굳이 학생의 인권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없어져야 할 폐단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인권조례에 앞서 학생들에게 책임과 권리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훈계를 듣거나 간섭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학칙을 위반하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정당한 지도행위를 학생이 인권을 방패로 거부하도록 계속 방치한다면 교육은 끝장이다. 교사의 교육의지를 꺾어놓고 공교육 발전을 논할 수는 없다.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온다.

다음은 어느 교사의 넋두리다. “숙제 안 해오는 학생을 벌줄 수가 없다. ‘내일은 꼭 해와’ 하는 말뿐이다. 내일 또 안 해와도 똑같은 소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이를 혼내면 다음 날 부모가 ‘왜 우리 아이 구박하느냐’고 항의를 하기 일쑤다. 이럴 때면 ‘자녀 교육은 집에서 각자 알아서들 하세요’ 하는 생각이 든다. 열의가 없어지는 거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대표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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