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준표 대표, 대북정책 혼선 일으켜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남북관계의 빅뉴스’를 예고하더니 개성공단 방문계획을 발표했다.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북 강경책을 견지한 한나라당 대표가 처음 북한 땅을 밟는 것이니 작은 뉴스는 아니다. 30일로 예정된 홍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한다.

홍 대표는 “개성공단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남북간의 경협이 활성화돼 정치 군사문제와 핵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닦도록 하겠다”고 방북 이유를 밝혔다. 통일부는 실무적 성격의 방북이라고 설명하지만 집권 여당 대표가 개성공단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움직인다고 한들 정치적 의미를 배제할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관계에 유연성을 접목하는 계기가 된다면 홍 대표의 방북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필요는 없다.

지난 3년간 평양에 주재했던 피터 휴스 영국대사는 어제 관훈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에 대해 “투자자의 이익 등 상업적 측면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정치적 측면, 북한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 국제적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통해 끊임없이 북에 달러가 흘러들어가는 것이나 유사시 개성공단 주재원들이 북의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것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 시장경제를 가르치고 전파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6월 말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한 기업 123곳이 입주해 있고 북한 인력 4만7630명이 근무한다. 이런 점 때문에 작년 북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우리 정부의 5·24 대응 조치에서도 개성공단은 제외했다.

홍 대표는 정치 군사적 문제로 꼬인 남북관계를 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계기로 풀어내자는 지론을 폈다. 남북 경협과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장애가 초래된 근본 원인은 북의 호전적인 대남 도발이다. 북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만 약속한다면 금강산 관광과 경협을 비롯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있는 난제들이 일거에 풀릴 수 있다. 하지만 북은 전혀 그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을뿐더러 핵 문제도 꼬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여 홍 대표가 북에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거나 정부의 대북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홍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답게 신중한 각오로 개성공단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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