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락의 극치 대학총장 선거판 걷어치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국립 부산대 총장 후보자인 정윤식 교수에 대한 임용제청을 교육과학기술부가 22일 거부했다. 정 교수는 6월 총장 선거에서 1위를 했지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동료 교수 37명을 모아놓고 지지를 부탁한 혐의로 약식 기소돼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이 확정됐다. 부산대 총장 선거 출마자 6명 가운데 정 교수를 포함한 3명이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됐다. 3월 창원대 총장 선거에선 한 후보가 교수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다 고발당해 사퇴했다. 강릉원주대는 총장 후보자 2명의 논문 표절이 불거져 교과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총장 직선제의 혼탁상은 사립대도 마찬가지다. 22일 치러진 조선대 총장선거도 향응 제공, 교수보직 사전 배분, 전 총장의 선거개입 같은 과열과 일탈로 얼룩졌다.

1988년 이후 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학사회에 총장 직선제가 유행처럼 도입됐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행정의 투명화, 자율성 강화를 가져온 장점도 없지 않으나 2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폐단이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 뺨치는 혼탁, 편 가르기와 논공행상의 보직 인사가 대학사회를 분열시켰다. 교수 및 교직원 급여인상 등 선심성 공약은 대학 등록금 인상을 불렀다. 직선제 도입 이후 등록금이 크게 인상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교직원의 표를 얻어 당선된 직선제 총장은 학내문제 개혁에 손을 대지 못해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분위기에 편승해 직선제를 도입했던 다수 사립대는 갖가지 폐해를 경험한 뒤 직선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국립대는 43곳 가운데 40곳이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국립대에서 총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나라는 30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적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교(他校) 출신 교수를 총장으로 데려오고 헤드헌터 전문회사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타락의 극치인 대학총장 선거판을 방치할 것인가. 이러고도 세계적인 대학을 기대하긴 어렵다.

교과부는 23일 강릉원주대 등 5개 국립대를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으로 선정하고 총장 직선제 폐지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총장 선거 때마다 대학 구성원들이 이리저리 갈라지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해서라도 총장 직선제 폐지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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