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조성식]기독교 대통령, 기독교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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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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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조용기 원로목사의 기독교 정당 참여설이 흘러나온 직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았다. 그의 설교는 낮 1시 4부 예배 때 들을 수 있었다. 인기가 여전한 듯싶었다. 1만2000명을 수용하는 본당 좌석이 거의 찼으니. 등록교인 70만 명에 출석교인 30만 명이라는 세계 최대 교회를 이뤄 낸 그의 저력이 실감났다. 대표기도를 맡은 장로는 “청와대에서 찬송가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

조 목사는 9월 6일 정당 관련설을 부인했다. “몇몇 목사가 찾아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데 설교를 맡아달라고 해 참석한 것이 오해를 낳은 것 같다”는 해명이었다. 발을 뺐다는 관측도 있지만, 나라와 교회를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종교인이라고 정당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헌법정신에 부합하진 않지만. 기독당의 창당 목적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 교회가 그럴 자격이 있나. 내가 보기엔 나라보다 교회가 더 위기에 빠져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분쟁만 봐도 그렇다. 지난 1년간 국민일보 회장과 사장, 사랑과행복나눔재단(현 조용기 자선재단) 이사장과 이사 자리를 놓고 조 목사와 그의 부인, 두 아들, 사돈 사이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오죽하면 장로들의 90%가 조 목사 가족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였을까.

공공연히 이뤄지는 담임목사직 세습, 툭하면 벌어지는 재산 싸움, 돈 봉투로 얼룩진 교단 선거, 목사들의 성추문,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물량주의….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를 많이 배출한 소망교회에서는 올해 초 목사들 간에 폭력사태까지 일어났다.

1980년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타 종교에 손을 내민 이후 세계 종교계의 흐름은 관용과 화합이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는 유난히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다. 내로라하는 목사들의 언행을 보면 우리나라가 기독교 국가 같다.

조용기 목사의 절친한 친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길자연 목사. 3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통성기도 한다며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기독당 후원자 소리를 듣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2007년 대선 때 “기독교인이 대통령 돼야 한다”며 설교시간에 여러 차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다. 기독당 창당을 주도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2007년 한 집회에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 거야. 무조건 찍어”라고 외쳤다. 전 목사와 함께 기독당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장경동 대전중문교회 목사. 2008년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못 산다”라고 말해 불교계의 분노를 샀다. 조용기 목사는 어떤가. 역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그는 2월 “이슬람채권(수쿠크)법을 계속 추진하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겠다”라고 정부를 위협했다.

무신론적 실존주의에서 기독교로 옮겨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웃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교회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교회가 이런 본연의 기능을 다하도록 목사들은 정치에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다. 나라보다 교회를 구원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헌법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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