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진태]9·11테러 10년… 테러방지법안 되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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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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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9·11테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된다. 오사마 빈라덴의 지시를 받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항공기를 납치한 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건물을 향해 자살테러를 감행해 진주만전쟁보다 많은 30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5월 빈라덴 제거 직후 미국인은 환호했다. 이제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자 한 명이 제거됐다고 테러가 사라질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이다.

테러의 안전지대는 없다. 평화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무차별적인 테러가 이를 증명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를 대상으로 자행된 테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에 대한 직간접적 테러는 90여 차례 있었다. 북한의 테러 위협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이 자행한 수많은 테러로 많은 고통을 당해 왔다. 북한의 테러는 각종 국가기관이 기획하고 자행하는 국가 주도형 테러다. 테러조직이 동원하는 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동원되고, 그로 인한 공포와 피해가 커 북한의 테러는 우리에게 커다란 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은 지상 해상 공중을 불문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상승하거나 북한 체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남 테러를 자행해 왔다. 1987년 대한항공기 공중폭파 테러는 전자에 해당하고, 국가 테러 형태인 천안함 해상 폭침은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정보화 시대의 영토인 사이버 공간까지 위협하는 게 북한이다. 최근 발생한 연쇄적인 사이버 테러의 주체가 바로 북한이었다.

국내외적으로 테러 위협에 직면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테러의 위험에 직면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테러를 극복하는 것이다.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는 테러든, 단순 테러 협박이든 간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동원 가능한 대테러 자원의 효율적 사용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국제 테러조직의 관리 및 통제 장치도 필요하다. 대테러 정책의 큰 틀 안에서 한국형 대테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대테러 관련법 제정이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 처음으로 정부가 마련한 ‘테러방지법’은 통과되지 못하고 16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폐기됐다. 그 후에도 ‘테러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 ‘국가 대테러 활동 기본 법안’ 등 정부와 입법부의 발의를 통해 대테러 활동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반대와 정당 간 이견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대테러 관련 법안에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성숙한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대안이 없는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앞으로는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입법부도 대테러 법안을 국회에서 잠재워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문제는 협상이나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의 각 기관도 대테러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되 부처 이기주의나 감성적인 반대 분위기에 편승해 결과적으로 국가 대테러 역량을 약화하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관련 부처들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란 말을 남겼다. 테러는 한순간에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테러 위협에 대한 종합적인 위기관리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접근방식이다. 국회에서 잠자는 대테러법부터 깨우는 것이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길이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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