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덕영]선수는 불편 관중은 불만… 조직위의 ‘무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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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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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영 스포츠레저부
유덕영 스포츠레저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한창인 30일 대구스타디움. 이날 오전 경기 입장권 판매율은 100%를 넘어섰다. 기준 좌석 수보다 2000여 석 많은 3만5000여 석의 입장권이 판매됐다는 것. 조직위 관계자는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단체표를 팔다 보니 신청이 많아졌다”고 해괴한 해명을 했다. 조직위 관계자들 대부분은 기준 좌석수가 몇 석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관계자마다 이야기가 달랐다.

경기장은 생각만큼 활기차지 않았다. 세계육상선수권 사상 경이적인 98.8%의 표가 팔렸지만 관중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조직위가 단체 입장권 판매를 독려한 탓에 팔린 입장권의 86.6%는 단체표였다. 단체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경기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잠시 경기를 보다 나갔다. 더위를 피하려 자리를 비우는 사람도 많았다.

단체 관중의 대부분은 수업 대신 현장학습으로 경기장을 찾은 초중학교 학생들이었다. 한 중학생은 “오늘 현장학습으로 오후 1시까지만 경기장에 있으면 집에 갈 수 있어 좋다”며 “너무 더워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조직위가 표 판매에만 집착하는 동안 경기장에서는 국제경기에서 나오기 어려운 수준 낮은 운영이 계속됐다. 조직위는 이명박 대통령 방문을 이유로 개막 전날인 26일 보안점검을 한다며 전 세계 기자들이 모여 일을 하는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비우라고 요청했다. 외국 기자들은 “그럼 어디서 일을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조직위는 막무가내였다.

대회 첫 경기인 여자마라톤에서는 출발 신호를 제대로 울리지 못해 엉뚱한 종소리에 선수들이 출발했다. 놀란 운영요원들이 주로에서 이를 말리는 도중에 출발신호가 울려 선수들이 뒤돌아 뛰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경기 도중에는 쓰러진 선수를 이송하는 대형버스가 최단 주로를 막고 정차해 선수들이 우회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관중에 대한 배려도 낙제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스타디움에 오도록 홍보하고도 셔틀버스 배차 간격을 지나치게 길게 해 오래 기다려야 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식당 등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관람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회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표를 많이 팔고, 관중 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하고, 관중들이 이를 통해 육상의 묘미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남은 기간이라도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구에서
유덕영 스포츠레저부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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