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황해성]과실 당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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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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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과수과장
황해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과수과장
올해 과실 맛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과실 알이 한창 굵어지는 6, 7월 강우 일수가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실의 당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강우뿐만이 아니다. 과실의 당도를 좌우하는 요소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하면 첫째가 품종이다. 품종에 따라 당도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숙기(熟期)에 따라 제철에 충분히 잘 익은 품종이라야 맛이 좋다. 둘째, 수확 전 3일 전부터 이후 2주일 정도까지 햇빛이 좋으면 달고 맛있는 과실이 된다. 셋째, 토양 환경이 양호하고 잎이 병해충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 또 당을 포함한 잎이 많이 달려 있어야 당도가 높아진다.

과실의 당도는 과실의 맛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도가 높은 과실을 좋아한다. 과실의 당도는 100g당 과실 내 당 성분의 함량을 퍼센트(%)로 표시하거나 당도계로 측정한 값을 도(°Bx)로 표시한다. 과실의 당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용해성이 높은 형태로, 잎에서 생겨나 과실로 전류된 것이다. 잎에서 생성된 탄수화물은 과실뿐만 아니라 뿌리, 줄기 등 식물체의 모든 기관에 전류되어 과실, 줄기, 뿌리, 잎 등의 생장에 이용된다.

탄수화물 중에서 물에 쉽게 녹는 형태로는 자당, 과당, 포도당, 젖당, 솔비톨 등이 있다. 이들이 과실의 단맛을 좌우한다. 잎에서 생산된 탄수화물은 주로 자당이나 솔비톨 형태로 과실로 전류되며 과실에 전류된 당은 과실을 비대하게 하는 데 이용된다. 과실이 성숙함에 따라 과실 세포 안에 있는 액포에 당이 축적되면서 과실의 당도가 높아진다.

강우가 많은 장마기에 과실의 당도가 낮은 이유는 강우량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비 오는 시기에 햇빛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비 오는 시기에는 햇빛이 부족하여 식물의 잎에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탄수화물이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과실의 당도가 낮아진다. 실제로 밤에 비가 오고 낮에는 햇빛이 충분한 기상 상황에서는 과실의 당도가 떨어지지 않고 높게 유지된다.

장마기 이후에 햇빛이 충분하면 과실 당도가 곧 회복된다. 과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복숭아 같은 과실은 수확 전 짧게는 3∼5일 햇빛을 충분히 쬐기만 해도 당도가 많이 올라간다. 늦가을에 수확하는 과실의 경우 여름철 강우 일수가 많아 일조량이 부족하면 과실 크기가 작아진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9월 상순부터 10월 상순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는데 올해 추석은 9월 12일로 이른 추석에 속한다. 예년에 비해 한두 주 앞당겨져 생산 농가에서는 추석에 소비자들에게 맛있는 과실을 공급하기 위해 이른 추석까지 충분히 잘 익은 품종을 주로 출하할 예정이다. 과종별로 품종을 보면 사과는 조생종, 선홍, 홍로 등이 있고 배는 원황, 황금배, 화산이 있다. 복숭아는 장호원 황도, 포도는 캠벨얼리, MBA, 거봉 등이 있다.

농가에서는 과실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에 햇빛이 잘 들도록 겹쳐진 가지를 솎아내고 나무 밑에는 반사 필름을 깔아서 햇빛을 반사시켜 광량을 보충해주고 있다. 감귤의 경우 나무 아래를 다공질필름으로 피복함으로써 빗물이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해 당도를 높이고 있다.

8월 상순까지는 잦은 강우로 과실의 크기를 키우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추석 이전까지 날씨에 따라 얼마든지 당도가 높고 맛있는 과실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자는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당도 높고 맛있는 고품질 과실을 출하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황해성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과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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