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동환]북한 희토류 왜 ‘그림의 떡’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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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희토류 자원전쟁’의 저자
김동환 ‘희토류 자원전쟁’의 저자
최근 북한이 조선중앙TV를 비롯한 선전 매체를 통해 ‘우리나라는 희토류 광물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매장된 희토류 자원의 품질도 상당히 높다’, ‘약 2000만 t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고 밝히는 등 희토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여 년 전부터 희토류를 상업적으로 활용해 왔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수출 품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 제2경제위원회 산하의 용악산총합회사는 1988년 ‘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를 설립해 희토류 원광과 금속 및 산화물 등을 홍콩, 중국, 일본, 유럽으로 수출했다. 함남 함흥시에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 몇 곳만 존재하는 희토류 제련소까지 갖추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희소금속은 2009년 1600만 달러, 2010년 11개월 동안에는 1300만 달러였다. 그중 500∼600t의 희토류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6월에 발표된 충북 충주와 강원 홍천의 희토류 광맥이 경제성이 불분명하다는 소식 때문인지 근래 북한이 던지는 희토류 소식에 국내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 축소로 일부 수요가 높은 희토류 산화물 가격이 전년 대비 3000%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북한의 희토류 개발에 우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일부의 의견은 당연해 보인다. 남한의 투자를 바탕으로 북한의 노후한 희토류 생산설비 및 기술을 향상시킨다면 금속의 순도를 99% 이상으로 높일 수 있고 산화물의 획기적인 대량생산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외에서 이보다 더 가까운 수입처도 없으므로 운송비 부담까지 최저로 낮출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점은 희토류의 선광 작업부터 분리, 정제, 가공, 판매까지의 전 과정이 일시에 가능한 공급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중국의 희토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5000억 원이 넘는 개발사업 비용,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채굴 준비 및 제련소 건설 기간 등 재정적·시간적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그런데 지난해 남한의 일부 기업은 북한 국가지하자원개발위원회에서 희토류 개발 승인을 받은 바 있지만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가 잘 알고 있듯 현재 남북관계는 시계 제로의 안갯속에 있다. 언제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제2, 제3의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안보 위협은 현지로의 사업 투자 자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남북투자보장합의서’라는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그 합의서의 가치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고 시 북측이 취할 예측불허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고려해 본다면 아무리 큰 경제성을 가진 사업이더라도 근본적인 사업 환경 자체가 위태롭다는 판단이 서게 된다. 북한의 희토류는 단지 ‘그림의 떡’일 뿐인 셈이다.

김동환 ‘희토류 자원전쟁’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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