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부, IHO 동해 표기 손놓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미국과 영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자는 의견을 제출했다. 한국은 동해와 일본해 병기(倂記)를 주장하고, 일본은 일본해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미국과 영국이 일본 편을 들면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IHO 차원에서 동해 표기가 일본해로 고착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바다를 서해(황해)라고 부르듯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중립적으로 불리는 것이 옳다.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방안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공감대를 얻고 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일본해 표기가 많았지만 요즘 각국이 출간한 세계 지도와 교과서의 28%가 동해 또는 동해 일본해 병기를 채택할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해놓은 외국의 고(古)지도와 책자도 발견되고 있다. 영국이 1760년 발간한 권위 있는 세계지명사전에는 동해가 한국해(Sea of Corea)로 명기돼 있다.

IHO는 1953년 이후 개정판을 내지 못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새로 만들기 위해 동해 명칭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IHO는 2002년에도 개정판을 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동해 부분을 공란으로 하는 대안까지 마련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의견 대립을 극복하지 못했다. 동해 표기가 꼬인 근본 원인은 일본의 식민통치다. 1921년 출범한 IHO는 8년 뒤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을 발행하면서 당시 한국을 강점하고 있던 일본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미국이 하나의 지명에 하나의 명칭을 쓰는 ‘single name policy’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양국 사이의 해협을 영어로는 ‘the channel’, 프랑스어로는 ‘la manche’라고 표기하는 선택을 했다. 2008년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 주변수역을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분류했을 때 우리 정부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움직여 원상으로 회복시킨 사례도 있다.

동해 표기를 바로잡겠다며 국제표기명칭대사까지 둔 외교통상부의 노력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동해 표기 문제를 결정하게 될 내년 4월 18차 IHO 총회 전까지 영향력이 큰 미국을 최소한 중립적인 자리로 끌어내는 외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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